'부동산 폭등'이 앗아간 청년들의 혼인…2015년 이후 출산율 추락, 2032년이 ‘골든타임’

0.7명대 초반까지 하락했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80명, 올해 1월 0.99명까지 상승 아기 울음소리가 커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다. 지난해 출생아 수도 25만4500명으로 전년보다 1만6100명 늘었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혼인이 늘어난 데다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 역시 저출생 반등의 배경이 되고 있다. 다만 출산율이 가장 높은 30대 초반 여성 인구가 2032년 이후 150만명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등 저출생 대응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예측도 제기된다. 이에 합계출산율 하락세가 집중됐던 기간과 혼인을 지연, 포기하게 되는 배경을 분석한 뒤 대책 마련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병원의 신생아실에서 간호사들이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뉴시스

28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14년까지 등락을 거듭했던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 1.24명을 기록한 뒤 2023년(0.72명)까지 감소했다. 왜 2015년을 기점으로 합계출산율이 8년 연속 하락했을까. 정부는 물론 학계에서 오랜 기간 제기됐던 의문 중 하나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구동태 및 합계출산율 변화 분석 연구’를 보면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인구 관련 전문가 19명 중 9명(47.3%)은 2015년 이후 나타난 합계출산율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거론했다. 2017년부터 ‘내 집 마련’에 대한 패닝바잉 현상이 나타나며 주거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계부채 또한 증가하면서 합계출산율 하락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2015년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은 초기 준비 비용이 많이 드는 첫째 자녀 출산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한 전문가는 “부동산 가격 급증은 여러 부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특히 가족을 형성하거나 늘리는 선택 자체를 미루거나 포기하게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일자리 문제 등도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겠지만 결정적으로는 당장 생활에 크게 와 닿는 주거비 문제가 직접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2순위는 전문가 4명이 지목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었다. 2015년을 전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난 제2벤처 붐으로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가 대거 만들어졌고, 지방 여성의 수도권 진출이 늘면서 지방의 결혼 및 출산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젠더갈등’도 합계출산율이 감소하는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2016년 5월에 발생한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등을 계기로 성별 간 대립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한 가운데 가임기 여성 인구를 지역별로 제시한 행정안전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 등 부적절한 정책 메시지 역시 논란을 가중시켰다. 2015년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급격하게 증가해 결혼, 출산, 양육의 기회비용이 빠르게 상승한 점 역시 합계출산율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거론됐다.

서울 시내 한 서점을 찾은 청년이 취업 관련 책을 읽는 모습. 연합뉴스

청년층이 혼인을 지체하는 배경에 대한 대책으로 전문가들은 1순위로 ‘노동시장 이중 구조 문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공동 2순위로는 ‘청년세대를 위한 일자리 및 취업 지원’, ‘청년 및 신혼부부 대상 공공주택 공급 확대’가 꼽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의 경우 무배우에서 유배우로 변화하는 ‘혼인 전이확률’과 배우자가 있는 여성이 첫째아 출산으로 상태가 변하는 ‘유배우 출산 전이확률’이 동시에 증가했다. 2000~2015년에는 혼인이 줄어도 첫째아를 많이 낳아 합계출산율 감소가 상쇄됐는데, 2015년을 기점으로 혼인과 첫째아 출산 모두 크게 줄면서 합계출산율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첫째 자녀를 낳으려면 세 식구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주거 및 자녀를 키우기 위해 적합한 환경 및 부모의 경제적 안정 등이 필요하다”면서 “첫째 자녀를 낳을 때 큰 비용이 드는 요소들을 갖추면 둘째는 상대적으로 더 적은 비용이 드는 양육비, 어린이집 특별활동비, 사립유치원비, 아이돌보미 비용 등만 부담하면 된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정부 저출생 정책에서 가장 큰 우선순위는 혼인으로 이행을 지연 및 포기하게 하는 요인을 해소해주는 정책이어야 한다”면서 “좋은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더라도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자녀를 충분히 출산,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줘야 한다. 아동수당, 무상보육서비스 확대 등이 해당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 형태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원하는 지역에 거주하기 어렵다는 제약이 존재하기에, 그보다는 (신혼부부들이) 대출 지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맞벌이 부부의 증가에 따라 가구소득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소득기준 완화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