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년간 전국 도시철도의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 5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와 함께 누적된 적자가 재정 구조 전반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27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분석한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2025년까지 무임승차 손실액은 총 5조3652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5년 한 해 손실만 7779억원에 달했다.
무임승차 손실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연도별 손실액은 △2017년 5758억원 △2018년 5896억원 △2019년 6236억원 △2020년 4458억원 △2021년 4720억원 △2022년 5370억원 △2023년 6184억원 △2024년 7251억원 △2025년 7779억원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손실 규모가 가장 컸다. 서울은 매년 3000억~4000억원대의 손실을 보이면서 누적 손실액이 3조1620억원에 달했다. 이어 부산 1조2317억원, 대구 5033억원, 인천 2947억원, 대전 1035억원, 광주 700억원 순이었다.
무임승차 비중 역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2025년 기준 서울의 무임승차 인원은 2억8380만명으로 전체 탑승 인원 16억2051만명의 17.5%를 차지했다. 이는 2017년 14.7%에서 2.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무임승차 비중이 늘수록 요금 수입이 줄어드는 구조인 만큼 재정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역 간 편차는 더 크게 나타났다. 부산은 무임승차 비율이 35%로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체 승차 인원 3억1877만명 중 1억1141만명이 무임승차 인원이다. 승차 인원이 가장 적은 광주의 경우 2025년 승차 인원 1787만명 중 570만명이 무임승차로 집계돼 비율이 31.9%였다. 고령 인구 증가와 맞물려 다수의 지역에서 무임승차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도시철도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신규 노선 개설과 노후 차량 교체, 안전시설 확충 등 필수 투자까지 겹치면서 재정 여력은 더욱 줄어드는 구조다. 다만 이를 해소할 뚜렷한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도시철도는 보편적인 교통 복지의 중요한 수단으로 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수 지자체가 최근 몇 년 사이 요금을 인상했지만 인상 주기는 길었다. 대구는 2016년 이후 8년 만에 요금을 올렸고 광주는 2016년 이후 인상 사례가 없다. 대전은 2015년 이후 2024년 처음으로 인상에 나섰다.
재정 부담을 둘러싼 책임 공방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한국철도공사에는 무임승차 손실을 보전하고 있지만 지방 도시철도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운영기관의 책임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결국 노인 연령 상향 여부와 중앙정부 지원, (지자체의) 자구적 노력과 소비자 부담 등이 패키지로 타협돼야 할 문제”라고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법률에 따라 시행되는 무임승차 제도인 만큼 중앙정부가 일정 부분 재정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구조 개선 없이 손실 보전을 이어갈 경우 부담만 이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무임승차 손실 보전과 별개로 변화하는 사회 여건을 반영한 제도 개선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법률에 의해 무임승차가 이루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중앙정부가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무임손실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무임승차 손실을 재정적으로 보전하는 것과 별개로 적용 연령이나 이용 시간대 등 제도 전반을 사회 변화에 맞게 조정하는 논의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