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씨에게 선거 공천 등을 청탁하며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김상민 전 부장검사의 항소심이 27일 시작됐다. 2심 재판부는 1심에서 결론 내지 않은 그림의 가품 여부를 집중적으로 심리하겠다고 했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박정제)는 이날 김 전 부장검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의 2심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피고인이 그림을 구매한 뒤 김씨에게 공유했는지고, 또 다른 쟁점은 그림이 진품인지 여부”라며 “(김씨가 그림을)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는 1심 판결에서 심리했고, 이제는 그림의 진품·가품 여부와 관련해 허들을 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심은 김 전 부장검사가 김씨에게 그림을 전달·교부했다는 직·간접적 증거가 없다며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그림의 위작 여부와 금품 가액 등이 쟁점이 됐는데, 1심은 이런 판단에 앞서 금품 전달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증명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이날 2심 재판부는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 측에 “이 사건 그림의 가액이 100만원을 초과하는지 석명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약속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특검팀은 그림 가액을 1억4000만원으로 특정했지만, 김 전 부장검사 측은 그림이 위작이기 때문에 100만원 미만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다음 달 3일 2회 공판을 열고 양측의 항소이유를 듣기로 했다. 4월8일에는 김 전 부장검사로부터 그림 중개를 부탁받은 미술품 중개업자 강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4월17일 변론을 종결한 뒤 5월8일 선고를 목표로 하겠다고 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1억4000만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구매한 뒤 2023년 2월쯤 김씨의 오빠에게 전달하면서 2024년 4·10 총선 공천 등을 청탁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는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면서 사업가 김모씨에게 선거용 차량 대여비와 보험금 등 명목으로 4200만원을 불법 기부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있다.
지난달 1심은 김 전 부장검사의 혐의 중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4100여만원을 선고했다. 주된 혐의였던 청탁금지법 위반은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특검은 피고인이 자신의 비용부담으로 그림을 취득하고 그림이 김씨에게 제공된 점을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직무 관련성 또는 그림의 진품 여부와 무관하게 이 부분 공소사실은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