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사고에 대비해 도입된 환경책임보험의 보험금 지급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제도 시행 8년 만에 보험금 지급액이 50억원을 넘어섰고 손해율도 처음으로 40%대를 기록했다. 정부가 보다 안정적인 제도 운영과 함께 대형 환경사고 대응력 향상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책임보험 국가재보험 제도 개선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환경책임보험 손해액은 2022년 7억8000만원에서 2024년 121억30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손해율도 3%에서 40%로 상승했다. 손해율이 40%대를 기록한 것은 2016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환경책임보험은 사업자가 시설을 설치·운영하는 과정에 대기·수질·토양오염 등이 발생해 다른 사람의 신체나 재산에 피해를 입혔을 때, 보험사가 일정 부분 이를 대신 보상하는 제도다.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와 2014년 여수 GS칼텍스 유류 유출사고 등 대형 환경사고를 계기로 환경오염 피해에 대비할 재정적 장치가 필요하단 지적이 커지면서 도입됐다.
2016년 제도 첫 도입 후 보험 가입 사업장이 늘고 환경사고가 다수 발생하면서 보험금 지급액은 빠르게 증가했다. 연도별 환경사고 건수를 보면 2016년 이후 지난 9년간 총 139건이 발생했다. 사고 건수는 2021년 14건에서 2022년 7건으로 줄었지만, 2023년 10건, 2024년 15건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2024년 지급된 보험금은 56억7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영남대 연구진은 아직 손해율이 양호한 수준이지만 보험료 인하 등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아직 거대 손해가 발생하지 않아 현재까지 손해율은 양호한 편이지만 보험료가 인하되면 손해율의 변동성이 크게 증가해 보험자의 손익과 국가재보험의 손익 등이 점진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환경피해준비금도 누적적립금이 상당 기간 증가하지만 보험료가 인하될수록 충당금 사용의 빈도가 증가하고 누적적립금은 증감을 반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회사는 2023년 11월부터 환경피해준비금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 대형 환경오염사고가 발생해 막대한 규모의 보험금 지급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가입자로부터 받은 순보험료의 15%를 따로 준비금으로 적립해두는 방식이다.
현재 환경책임보험의 운영·관리 주체는 기후에너지환경부다. 지난해 11월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관련 업무가 기후부 장관 소관으로 넘어갔다.
기존에는 금융위원회가 보험사로부터 보험료율 신고 등을 받아 관리해왔다. 하지만 손해율 기준으로만 보험료를 정하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대형 환경사고 위험까지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관리 권한이 기후부로 이관됐다. 권한을 넘겨받은 기후부가 제도를 안정적으로 관리·운영하고 대형 환경오염사고에 대한 대응력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4년 9월 기준 환경책임보험 의무가입 대상 1만5331개 사업장 중 97.9%인 1만5013개소가 보험을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수질·폐기물·화학물질 관련 시설 약 14만개 사업장 가운데 규모가 크거나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약 1만5000개 사업장이 의무가입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