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 아래서 떠난 큰스님”…천안 각원사 눈물의 다비식

전국서 모인 스님·시민 1000여 명 합장 애도
“형상은 사라져도 원력은 남는다” 울림

청동대불 아래서 타오른 불길, 한평생 원력으로 살았던 큰스님이 그렇게 돌아갔다.

 

충남 천안 태조산 각원사 도량에 봄기운이 번진 27일, 각원사를 창건하고 남북통일 염원을 담아온 조실 경해당 법인 대종사의 영결식과 다비식이 경내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을 마친 법구가 청동대불을 지나 행렬과 함께 다비장으로 이운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스님들과 신도, 시민 등 사부대중 1000여 명은 큰스님의 원적을 애도하며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영결식은 오전 10시 대웅보전 앞마당에서 봉행됐다. 범종 소리와 함께 시작된 법요식은 영결사와 법어, 추도사, 조사 순으로 이어지며 대종사의 생애와 가르침을 되새기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충남 천안시 태조산 각원사에서 열린 각원사 조실 경해당 법인 대종사 영결식.

원로의장 자광 스님은 영결사에서 “불법은 멀리 있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바로 보는 데 있다”는 가르침을 되새기며 “화합과 정진으로 그 뜻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종정 성파 스님은 법어를 통해 “대종사는 다겁생의 원력으로 이 땅을 장엄하고 본래 생멸이 없는 자리를 보였다”며 “형상은 사라져도 그 원력은 법계에 두루할 것”이라고 설했다.

 

주지 대원 스님이 문도를 대표해 은사스님의 뜻을 잇겠다는 다짐을 밝히고 있다.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추도사에서 “척박한 태조산에 자비의 씨앗을 뿌리고 청동대불을 세워 남북으로 갈라진 마음을 하나로 잇고자 했다”며 “그 가르침은 마른 대지를 적시는 단비처럼 우리 곁에 남아 있다”고 추모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 법체는 인로왕번과 명정을 앞세운 만장 행렬 속에 경내를 돌아 청동대불 앞 광장으로 이운됐다. “나무아미타불” 염불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비의 불길이 하늘로 치솟자, 사부대중은 합장한 채 마지막 순간을 지켜봤다.

 

각원사 주지 대원(중앙) 스님이 다비식이 진행되자 눈시울을 붉히며 은사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주지 대원 스님은 문도를 대표해 “한 가지 원력을 세우고 꾸준히 정진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은사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그 뜻을 이어 도량을 더욱 장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50여 년간 은사인 경해당 법인 대종사를 지극한 효심으로 시봉해 온 대원 스님은 다비식이 진행되자 깊은 슬픔 속에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현장에는 종단 주요 인사들과 함께 지역 각계 인사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홍종완 행정부지사가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대종사는 수행과 교학, 포교와 봉사에 헌신한 한국불교의 큰 어른이었다”며 “남북통일을 염원하며 일군 도량과 가르침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동대불 앞 광장에서 다비의 불길이 치솟자 불자들이 합장한 채 애도하고 있다.

경해당 법인 대종사는 1931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1946년 해인사 백련암에서 출가했다. 이후 선과 교를 아우르는 수행과 학문을 이어가며 일본 대동문화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1977년 각원사에 동양 최대 규모의 청동대불을 봉안하며 남북통일 도량이라는 원력을 현실로 일궜다. 2002년에는 각원사 불교대학을 설립해 재가불자 교육과 지역 불교 활성화에도 힘썼다.

 

대종사는 지난 23일 각원사 경해원에서 “본래면목은 형상이 없으나 중생의 업보는 인연 따라 이어지고 삼세의 연기는 시작과 끝이 없다”는 임종게를 남기고 세수 96세, 법납 80년으로 원적에 들었다.

 

각원사는 오는 29일 초재를 시작으로 49재까지 추모 법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27일 태조산 각원사에서 거행된 경해당 법인 대종사 영결식에서 각원사에 큰 시주를 한 정정자 보살이 슬픔을 억누르며 스님과 작별했다.

◆법인 대종사가 창건한 각원사는 어떤 절…원력과 시주가 만든 통일 도량

 

재일교포 김영조 거사·정정자 보살 큰 시주로 시작된 불사

남북통일 염원 담긴 상징 공간…마지막까지 이어진 인연

 

충남 천안 태조산에 자리한 각원사 는 경해당 법인 대종사의 원력과 재가불자들의 시주가 결합해 세워진 도량이다.

 

특히 각원사 창건과 청동대불 조성에는 재일교포 불자인 각연 김영조 거사와 정정자 보살 부부의 큰 시주가 바탕이 됐으며, 여기에 수많은 불자들의 정성이 더해져 오늘의 도량이 완성됐다. 청동대불은 단순한 불상을 넘어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대종사는 한국전쟁 당시 “통일 도량을 세우겠다”는 서원을 세웠고, 이는 각원사 창건과 청동대불 봉안으로 이어졌다. 이후 불교대학 설립과 포교 활동을 통해 지역 불교 기반을 넓히는 데에도 힘썼다.

 

이날 영결식에는 시주 공덕의 주인공인 정정자 보살이 참석해 대종사의 원적을 애도하며 깊은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평생 원력을 함께 지켜온 인연의 시간이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날 도량의 분위기는 더욱 숙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