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불 꺼진 거실 한켠에서 노트북을 켜둔 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었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 ‘잠을 깨기 위한 커피’가 아니라, ‘잠을 방해하지 않는 커피’를 고르는 선택이다. 같은 향과 맛, 하지만 카페인은 줄인 한 잔. 이 작은 변화가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생두·원두) 수입량은 1만40t으로 집계됐다. 전년 7023t 대비 약 43% 급증한 수치로, 처음으로 1만t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일반 커피 수입량은 18만4600t으로 전년(18만7787t)보다 줄었다. 커피 전체 시장은 유지되거나 성장하는 가운데, ‘카페인 포함 여부’에 따라 소비가 갈라지고 있다는 신호다.
숫자의 방향은 분명하다. 커피를 끊는 것이 아니라, ‘덜 자극적인 방식으로 즐기려는 선택’이 늘고 있다.
이 변화는 매장에서도 바로 체감된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판매량은 4550만잔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디카페인 도입 이후 최대치이자, 처음으로 연간 4000만잔을 넘어선 기록이다.
올해 흐름은 더 빠르다. 1~2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고, 같은 기간 아메리카노 판매 중 디카페인 비중은 14%로 나타났다. 단순 계산으로 ‘7잔 중 1잔’이 디카페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야간 소비, 임산부, 카페인 민감 소비자뿐 아니라 ‘습관적으로 마시던 커피’를 바꾸는 수요까지 붙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흐름의 중심에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가 있다.
과거 건강 트렌드는 ‘줄이고 참는 것’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즐기되 부담을 낮추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디카페인 커피는 그 상징적인 사례다.
카페인을 완전히 끊기보다, 필요할 때만 줄이고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방식이다. 아침에는 일반 커피, 저녁에는 디카페인으로 나누는 소비 패턴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20~30대를 중심으로 ‘수면 질’, ‘불안 감소’, ‘심박수 관리’ 등 자기 관리 요소가 소비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디카페인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흐름은 커피를 넘어 식품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빙그레는 ‘더위사냥 저당 디카페인 커피’를 출시하며 스테디셀러 제품을 디카페인으로 확장했다. 카페인과 당을 동시에 낮춘 ‘이중 저감’ 전략이다.
롯데웰푸드 역시 ‘졸음번쩍껌 제로제로’를 선보이며 카페인과 설탕을 모두 제외한 제품을 내놨다.
이제 시장의 질문은 단순하다. “카페인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