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 “미국이 러시아 편? 젤렌스키 발언은 거짓말”

젤렌스키, “트럼프가 ‘러에 영토 할양’ 요구” 주장
“미국은 중재자… 우크라에 러 요구 전달했을 뿐”
석유 확보 비상 걸린 젤렌스키, 중동 산유국 순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를 할양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안전보장을 제공할 것’이란 취지의 제안을 들었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미국 행정부가 공식 부인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중동 분쟁의 파장 속에서 우크라이나는 전쟁 수행에 반드시 필요한 석유 확보로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G7 외교장관 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일문일답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젤렌스키의 최근 발언에 대한 논평 요청을 받았다. 앞서 젤렌스키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한테서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전체를 러시아에 내줘야 안전보장을 제공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이자 러시아와의 접경 지역인 돈바스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후 상당 부분이 러시아군 점령 하에 들어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돈바스를 러시아 땅으로 인정하는 것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의 전제 조건”이란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루비오는 젤렌스키의 주장에 “그것은 거짓말”(That’s a lie)이라고 일축했다. 각료 신분인 루비오가 외국 정상의 발언을 ‘거짓말’로 깎아내린 것은 외교적 결례에 해당할 수 있다. 루비오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한 것은 불행한(unfortunate) 일”이라고도 했다.

 

그럼 젤렌스키가 트럼프와의 통화 내용을 왜곡하거나 조작했다는 것일까. 루비오는 “우리(미국 행정부)는 러시아가 주장하는 사안을 우크라이나 측에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며 “우리가 러시아의 요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로서 역할에 충실했을 뿐 러시아의 대변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2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디젤유의 안정적 공급을 빈살만에게 부탁했다. AFP연합뉴스

루비오의 이 같은 해명에 대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그에 맞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치솟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석유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전차(탱크), 장갑차, 전투기 등 가동에 필수적인 석유가 없으면 러시아를 상대로 한 전쟁 수행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동 국가들 순방에 나선 젤렌스키는 산유국들로부터 디젤유 공급에 관한 약속을 받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앞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만나 양국의 안보 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중동에서 기름을 얻는 대가로 우크라이나는 이란의 무인기(드론) 공격 위협에 직면한 이란 주변국들에게 드론 전투 비법을 전수한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