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책 일환으로 출퇴근 시간대 노년층의 ‘무임승차 제한’을 최근 시사하면서, 40년 넘게 유지되어 온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혼잡 시간대의 밀집도를 낮추겠다는 취지지만,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이동권 침해와 복지 후퇴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6일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차량 5부제 실시 등으로 인한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혼잡이 심화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어르신 무임승차의 단계적 제한을 통해 대중교통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제도 자체의 폐지나 대상 연령 변경에는 선을 그으며 합리적인 대안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이를 ‘차별적 정책’으로 규정하며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가가 노인을 혼잡의 원인으로 규정하고 이동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과 이동의 자유에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 이동 목적을 국가가 심사해 ‘생계형’과 ‘여가형’으로 선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심각한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데이터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대 서울 지하철 이용객 100명 중 8명은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 65세 이상 어르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출퇴근 시간대(오전 7~9시, 오후 6~8시) 어르신 무임승차객은 약 8519만명으로, 전체 이용객의 8.3%를 차지했다.
시민들의 의견도 극명하게 갈린다. 직장인 A씨(34)는 “종점 근처에서 타다 보면 노약자석에서 담소를 나누며 이동하는 어르신들을 많이 본다”며 “일부 생계형 이동도 있겠지만, 혼잡 시간대만큼은 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고 정책에 공감했다. 반면 재취업을 준비 중인 B씨는 “출퇴근 시간에 나오는 노인들은 대부분 일터로 향하는 것”이라며 “교통비 부담이 저임금 노인 노동자들에게는 월급의 1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84년 도입된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고령화 가속화로 인해 매년 논란이 반복되는 ‘뜨거운 감자’다. 도입 당시 전체 인구의 4%에 불과했던 노인 인구가 최근 20%를 넘어서면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재정 적자 부담도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위기라는 변수 속에서 재점화된 이번 논란이 세대 간 갈등을 넘어 실질적인 해법 도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