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과자 매대 앞에서 소비자들의 손이 멈추는 순간은 의외로 짧다. 진열대에 늘어선 제품 가운데 초록색 포장지를 먼저 집어 드는 장면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한때 계절 한정 상품으로 등장했던 ‘말차 디저트’가 이제는 장바구니의 일상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매출 지표에서 확인된다. 29일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정규 제품으로 전환된 ‘빈츠 프리미어 말차’는 브랜드 내 매출 비중이 꾸준히 2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단일 풍미 제품이 전체 판매의 5분의 1을 넘는 수준까지 확대된 것은 디저트 시장에서도 이례적인 흐름으로 평가된다. 소비자의 맛 선택 기준이 계절 이벤트가 아닌 ‘상시 취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확신은 제품 라인업 재편으로 이어졌다. 롯데웰푸드는 시즌 한정으로 선보였던 ‘프리미엄 몽쉘 말차&딸기’를 최근 정규 제품으로 확정했다. 기존 제품보다 크림 함량을 25% 높인 프리미엄 라인의 첫 주자로 말차를 선택했다는 점은 건강 이미지와 디저트 만족도를 동시에 노린 전략으로 읽힌다.
오리온 역시 ‘초코칩쿠키 말차라떼맛’을 상시 판매 제품으로 복귀시켰다. 한정판 출시 당시 소비자 재출시 요청이 이어진 데다 우유에 쿠키를 말아 먹는 등 자발적인 ‘모디슈머’ 레시피가 확산되며 대중성을 입증한 결과다.
최근 말차 트렌드의 핵심은 단순 풍미를 넘어선 조합 전략이다. 초콜릿·딸기·그래놀라 등 다양한 원재료를 결합해 새로운 디저트 경험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롯데웰푸드는 제주산 말차와 국내산 설향 딸기를 조합해 시각적 대비와 산뜻한 맛 균형을 강조했고, 오리온은 미국 수출로 먼저 화제가 된 ‘꼬북칩 말차초코맛’과 함께 딸기 원물·그래놀라를 더한 ‘톡핑 말차블라썸’을 선보이며 제품 확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말차가 단순 유행을 넘어 디저트 시장의 ‘프리미엄 키워드’로 자리 잡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브랜드 소통 방식도 빠르게 진화하는 분위기다. 몽쉘은 생성형 AI를 접목한 디지털 콘텐츠 ‘응수의 달콤한 공장’을 통해 젊은 소비층과 접점을 넓히고 있다. 배우 김응수가 등장하는 이 콘텐츠는 가상의 판타지 공장을 배경으로 제품 탄생 과정을 스토리 형식으로 풀어내며 화제를 모았다.
지난 1월 공개된 1화는 유튜브 조회수 330만회를 넘어서며 높은 관심을 끌었고, 최근 공개된 후속 편에서는 프리미엄 몽쉘 말차&딸기를 전면에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제품보다 콘텐츠가 먼저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선(先)화제 후(後)구매’ 구조가 디저트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말차는 더 이상 시즌 이벤트 상품이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 선택을 바꾸는 핵심 맛으로 자리 잡고 있다. 봄철 편의점 진열대에서 초록색 패키지가 눈에 띄게 늘어난 풍경은, 유통가 트렌드가 이미 한발 앞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