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트럼프를 돕지 않는 동맹들

관세·그린란드 문제로 美 불신 심화
대이란 전쟁 지지 얻기 쉽지 않아
아테네 독단에 델로스동맹 깨졌듯
동맹 유지엔 정당성?신뢰 꼭 필요

“이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 실패를 깨닫고 있는 상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4, 15개월 동안 트럼프는 한국을 포함해 다른 나라들과의 동맹을 약화하고 적대시하는 일을 너무 많이 해왔습니다.”

앤디 김 연방 상원의원(뉴저지·민주)은 25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상원의원빌딩에서 가진 아시아태평양·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동맹국에 호르무즈해협 호위 작전에 개입하라고 요구하고,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이처럼 진단했다. 김 의원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국들에 대한 관세 위협, 그린란드 무력 취득 발언 등을 거론하면서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작전에 참여하지 않을 시 ‘보복’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고도 말했다.

홍주형 워싱턴 특파원

김 의원이 야당 의원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재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경시’ 정책의 결과물이 외부적으로 드러난 첫 사례로서의 의미가 작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초에 했던 인터뷰에서 에이브러햄 뉴먼 조지타운대 외교학대학·정부학과 교수가 든 ‘델로스 동맹’의 예가 있다. 아테네가 경제 협력 구조를 기반으로 ‘델로스 동맹’을 만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아테네는 이 동맹을 공물을 걷는 지배체제로 바꿔버린다. 그 결과 동맹국들은 결정적 순간에 스파르타와의 전쟁에서 아테네를 돕지 않는다. 뉴먼 교수는 단순화시켜 얘기했지만, 구체적으로는 전쟁 초반부터 동맹국들이 돕지 않은 것은 아니고 아테네가 약화했을 때 그간 아테네에 불만을 품은 미틸레네, 키오스, 밀레토스 등 동맹국들이 아테네의 대열에서 이탈을 시도했다. 이 중 키오스는 아예 스파르타의 편에 섰다.

미국의 동맹·파트너국 중 현시점에서 미국에 전적으로 반기를 들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다. EU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한국·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은 대놓고 “돕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을 뿐이다. 하지만 대이란 전쟁 못지않게 반발 여론이 많았던 이라크전쟁에서보다도 현재 미국의 동맹 결집력이 더 떨어지는 모습인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이라크전쟁에서는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이라는 이름의 동맹국 연합 아래 영국·호주 등이 파병했고 한국·일본도 국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비전투 병력을 이라크에 보냈다.

미국의 이번 대이란 군사작전 자체가 정당성에 의문이 많은 전쟁이고, 동맹국들은 구조적으로 원유 유통 통제력을 가진 이란의 보복 조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사전에 작전 계획을 알렸거나 관세·국방, 그린란드 문제 등에서 동맹국들에 더 가혹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번 지원 요청에 동맹들이 선뜻 응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정책이 달랐다면, 지금처럼 유럽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더 신중하거나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랬다면 전체적인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을 수 있다.

뉴먼 교수가 아테네와 델로스 동맹의 예를 들 때 동맹국들이 미국에 협조하지 않는 날이 온다면 어떤 형태일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동맹국들이 아주 등을 돌린 것은 아니라도, 생각보다 빨리, 그 예의 한 단면을 보긴 한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의 이 정도 반응에 자신의 외교정책 방향을 수정할 사람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변 외교 당국자들이나 전통적인 공화당 성향의 정책가들은 이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 2기에 들어와 동맹의 의미가 변하고 있고, 이 같은 환경에서 미국의 한반도 안보 공약이 예전 같지 않으며 한국이 스스로 더 자국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은 여러 번 언급됐다. 이번엔 다른 각도에서, 변화한 동맹 환경에서는 미국에 대한 동맹국들의 지지도 예전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여전히 동맹 유지에는 힘뿐만 아니라 정당성과 신뢰가 꼭 필요하다는 점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