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용 포퓰리즘 법안 추진하는 與野, 가덕도 교훈 잊었나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년간 국회에서 잠자던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을 31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태세다. 이 법안은 현재 부산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전재수 의원의 요청을 수용해 지난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후보도 특별법 처리를 위해 삭발까지 하는 판이니 여야가 따로 없다. 이 법안은 가덕도 신공항 관련 배후단지나 인프라 건설 때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 예산 낭비 소지가 다분하다.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가 과도하고 재원조달도 불투명한데도 여야 모두 아랑곳없다.

여당은 오늘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하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요구에 화답하듯 대구·경북(TK) 지원법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군 공항 이전뿐 아니라 인공지능 전환, 로봇 수도 조성 등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구 승리의 상징성을 고려해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을 태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가 지상과제”라며 “선거전까지 지역 맞춤형 특별법 처리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에 뒤질세라 야당도 장밋빛 공약 개발에 열을 올린다. 갈수록 무리한 지역 민원을 담은 아니면 말고 식 공약이 폭주할 텐데 걱정이 크다.



이런 법안에는 가덕도·새만금 신공항의 포퓰리즘 망령이 어른거린다. 가덕도 신공항은 애초 입법단계부터 예타면제 특례가 부여됐고 사업비는 2020년 7조원대에서 시작해 5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인접 도로와 보상비 등까지 합치면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개항 시기도 애초 2029년에서 2035년 이후로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 수치가 기준치에 한참 미달했지만, 2021년 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부산 표심 공략을 위해 영합한 결과다. 깊은 바다를 메워야 하는 난공사인 데다 지반 침해 우려도 여전하지만 여야 모두 귀를 막고 있다. 판박이인 새만금 신공항은 법원의 취소판결로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지역개발은 필요하지만 이런 식의 졸속 추진은 안 된다.

여당이 추진한 행정통합은 주민투표나 공론화 없이 밀어붙였다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았나. 선거 때마다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해 졸속 특별법까지 동원하는 행태는 나라 살림을 거덜 내고 정책 혼선과 사회혼란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비용과 편익분석,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재원조달 등 실행계획까지 꼼꼼히 따져본 뒤 국민 앞에 내놓는 게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