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의 형사합의부는 총 16곳이다. 지난해 하반기 3대 특검이 기소한 사건 총 67건이 이들 재판부에 나뉘어 배당됐다. 많게는 7개의 특검사건을 떠안게 된 재판부도 있다. 여기에 지난해 9월11일 3대 특검사건의 1심 선고를 기소일로부터 6개월 내에 하도록 특검법이 개정되며 재판부 부담은 가중됐다.
◆“일반사건 재판 기일 길어져”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해당 재판부의 업무 부담 완화를 위해 특검사건 배당에 가중치를 부여했다. 특검사건 1건이 배당될 경우 일반사건 5건을 배당받은 것과 동일하게 보기로 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 차원에서 재판부에 ‘특검사건 1건을 일반사건 5건만큼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재판하라’는 명확한 시그널을 준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법관들은 당연히 특검사건부터 서두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의 난도 및 복잡성을 고려해 가중치를 추가로 부여한 사례도 있었다.
◆“미제 증가, 국회도 특검도 책임”
특검의 ‘무더기 기소’도 재판 지연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온다.
3대 특검 가운데 가장 많은 31건을 재판에 넘긴 김건희 특검팀(특검 민중기)에 대한 비판이 가장 컸다. 김건희 특검은 본래 수사 범위에서 벗어난 사안까지 파헤치는 ‘별건수사’로 논란이 일었다. 결국 1심에서 공소기각 판결도 3건이 잇따라 나왔다.
한 법조인은 “윤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핵심 관계자들 사건은 워낙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다 보니 신속한 재판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컸다. 하지만 다른 두 특검은 과도하게 수사 범위를 넓혀 사건을 많이 만든 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3대 특검 이후 남은 의혹들을 수사하는 2차 종합특검팀(특검 권창영) 사건들이 법원에 넘어오면 같은 문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재판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의 미제 증가는 1차적으로 특검법을 만든 국회 책임이고 2차적으론 지나치게 일을 크게 벌린 특검의 문제”라며 “3대 특검 일부 사건을 두고 별건 수사, 무리한 수사란 비판이 컸음에도 국회가 종합특검 출범을 밀어붙인 건 ‘일반사건 재판은 지연돼도 상관 없다’, ‘일반사건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입법적 결단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검의 무더기 기소로 특검사건 항소심 재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검사건 항소심 선고는 1심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 해야 한다. 하지만 동일 피고인이 다른 혐의로 주 3∼4회씩 재판받다 보니 공판기일을 겹치지 않도록 잡는 게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특검사건끼리 겹치는 증인도 많아 증인신문 날짜 조율도 쉽지 않다.
◆“이래도 저래도 정치적 논란 위험”
법조계 내에선 조희대 대법원장이 2023년 말 취임 직후부터 ‘재판 지연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법관 사무분담 장기화, ‘법원장 재판’ 본격화, 판사 증원 등 정책을 순차적으로 시행하던 상황에서 특검 시기와 맞물려 미제가 늘어난 상황이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온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원이 사기업이나 다른 기관처럼 유연한 곳이라면 미제가 많아질 경우 비정기 인사를 통해 법관을 추가 투입하든지 인력·예산 지원을 수시로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법원은 안정성이 중요한 조직이고, 자칫 그런 지원을 임의로 했다가는 정치적인 논란에 휩싸일 위험이 있다”고 했다.
법원은 특검사건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운영에 부담이 됐을 순 있지만 미제 증가 원인이 특검사건 때문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특검 기소 사건을 포함한 복합적·대형 사건들이 집중되며 재판부 운영에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개별 유형 사건이 전체 미제 증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일률적으로 수치화해 설명하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