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연설로… 미래세대, 2050년 기후위기 경고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토론회

물바다된 지구 그림 그린 초등생
“국력 걸맞은 온실가스 감축” 호소
시민대표단, 내달까지 추가 논의
“우리가 살게 될 지구의 그림을 그렸어요. 해수면이 높아져 국토가 줄고, 대기가 너무 건조해 산불이 번질 것 같아요. 오염된 공기 속에서 방독면과 마스크를 쓴 사람들 모습도 그려봤습니다.”

 

토론회장 중앙에 선 홍지우(11)군이 직접 그린 ‘2050년 지구의 모습’을 펼쳐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림 속에는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미래가 담겼다. 바다에 잠식된 땅, 불길에 휩싸인 숲, 빙하가 녹아 생태계가 무너지고 바이러스가 퍼진 장면이 눈길을 붙들었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청에서 신영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원환경운동연합, 다산인권센터와 함께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28·29일 이틀 연속 기후위기 대응 공론화를 위한 ‘시민의 선택’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기후·안전·법 분야 전문가들과 시민대표단 350여 명이 참석해 2031년부터 2049년까지 한국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할지를 두고 의견을 나눴다. 홍군은 그중 15세 미만 청소년으로 구성된 ‘미래세대 대표단’ 40명 중 한 명으로 토론회에 함께했다.

 

미래세대 대표단은 이날 현세대가 미래세대에 가장 우선해 남겨야 할 가치로 ‘인간의 기본권’을 꼽으며, 기후위기 대응을 더 이상 뒤로 미루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미래세대 김민지(11)양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제대로 정해지지 않는다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이 심해지고 미래세대가 불안 속에 살 것 같다”고 말했다. 국제청소년환경단체 ‘씨오투게더(CO2gether)’ 대표인 정민주 학생도 발언대에서 “우리나라 경제력과 기술력에 걸맞은 더 높은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우리가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이자 미래세대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감축 속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기후위기 파급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2050년에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얼마나 이른 시기에 얼마나 빠른 속도로 탄소를 줄이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태호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은 탄소 감축 문제를 ‘방학숙제’에 빗댔다. 그는 “방학숙제는 미리미리 해야 한다. 개학이 다 돼서 숙제를 하려 들면 다 끝내지 못할 수도 있다”며 “미래세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탄소 감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대표단은 다음 달 5일까지 4차례 토론을 한다. 토론 주제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 ‘감축 목표’, ‘감축 경로(속도)’, ‘이행 방안’ 순으로 짜였다. 토론회 결과 등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 전달돼 향후 관련 법 개정 논의 과정에 활용된다.

 

현재 국회는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법률은 2024년 8월 헌재로부터 “지속적인 탄소 감축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법률에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2030년까지만 제시돼 있고, 2031∼2049년 감축 목표는 빠져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청소년·영유아·시민단체가 제기한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이 발단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