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국가폭력 범죄 공소시효 배제법 꼭 추진”

제주4·3 희생자 유족 만나 약속
“나치범 처벌하듯 영구책임 부과
유족 신고·보상신청 기간 연장”

이재명 대통령이 제주 4·3사건 희생자 유족과 만나 “대한민국에서 국가폭력으로 국민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국가폭력 발생 시) 나치 전범을 처벌하는 것과 같이 영구적으로 책임지도록 반드시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29일 부인 김혜경 여사와 제주도를 방문해 제주 4·3 희생자 유족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잔인한 국가폭력에 희생된 제주도민들을 생각하면 대통령으로서 매우 송구스럽다는 마음이 든다”며 “국민주권정부는 유족과 제주도민의 노력을 되새기며 제주 4·3의 완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제주 4·3사건 78주기를 앞둔 29일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위령탑에서 헌화·분향한 뒤 참석자들과 묵념을 하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제주=청와대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국가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소멸을 완전히 배제해 살아 있는 한 형사 책임을 끝까지 지고 상속 재산이 있는 한 그 자손들까지 그 범위 내에서 책임을 지도록 형사처벌 시효, 그리고 민사 대상 소멸시효도 폐지하겠다”며 “소멸시효 폐지 법률은 이미 윤석열정권 당시 우리가 국회에서 통과시켰는데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재입법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가 다시는 국민을 상대로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게 대통령으로서 해야 될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제주 4·3에 대한 왜곡과 폄훼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아직 완결되지 못한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9차 희생자 유족 신고 기간과 가족관계 작성 및 정전·혼인·입양 특례 보상 신청 기간을 연장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영령들에 참배하기도 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 내외는 헌화와 분향을 통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희생자 1만5126위의 위패가 모셔진 위패봉안실과 4·3 당시 행방불명돼 시신조차 찾지 못한 희생자들의 표석이 설치된 ‘행방불명인 표석’을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제주 4·3을 기억하며 국가폭력의 재발을 막기 위해 민·형사 시효제도를 폐기하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제주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주 4.3 희생자 유족과의 오찬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에는 엑스를 통해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다룬 소설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축하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이라는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인간의 존엄과 기억, 서사로 승화시킨 작품”이라며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에 이어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문학의 깊이와 품격을 증명해 준 한강 작가님, 참 자랑스럽다”고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가폭력 범죄에 대해 민·형사상 시효를 배제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이 대통령의 선언은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국민주권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며 “국회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국가폭력 시효 배제 법안 등의 입법 속도를 높여주시길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