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끼어들고 있다.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참전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유럽에서 4년 넘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까지 얽히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이란 전쟁의 구도는 하루가 다르게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후티는 이날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발표하며 전쟁 참전을 공식화했다. 후티의 참전은 호르무즈해협에 이은 또 하나의 글로벌 물류 동맥 홍해마저 항행의 자유가 위협받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해협은 해상 원유 물동량의 10% 이상이 통과한다. 수에즈운하를 통해 걸프 지역의 원유가 유럽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이 이란의 군사적 위협에 봉쇄된 상황에서 홍해 통로까지 후티의 공격에 다시 막힌다면 이미 휘청이는 세계 경제에 더욱 큰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홍해는 원유를 제외해도 아시아와 유럽의 상품 교역을 잇는 핵심 해상 무역로라 에너지 쇼크 외의 공급 충격까지 더해진다.
후티의 움직임은 이란 정부의 의중이 개입했다는 평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개전 이후 한 달 동안 후티가 관망하는 태도를 보여왔다면서 이는 후티를 예비 전력으로 남겨두기 위한 테헤란의 계산된 움직임일 수 있다고 평했다.
전쟁의 장기화를 유도하는 사우디의 외교적 움직임에 따른 ‘나비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4일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의 실질적 지도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란과의 전쟁을 계속할 것을 촉구해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슬람 수니파의 중심국가인 사우디는 시아파 중심국인 이란의 대표적 라이벌이다. 사우디는 이번 전쟁이 이란의 위협을 제거하고 이슬람 세계를 재편할 유력한 기회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사우디의 최근 외교적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우디는 호르무즈해협 안쪽 페르시아만의 원유를 동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홍해 인근 얀부항으로 끌어온 뒤 수에즈운하와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로 수출할 수 있는 항로가 완성돼 있다. 전쟁 장기화로 고유가 상황이 길어질 경우 사우디가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바브엘만데브해협과 홍해가 위험지대로 변하면 사우디가 대체 항로로 얻는 이익이 사라진다. 만약 후티가 홍해 항행을 본격적으로 위협할 경우 사우디가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란이 사우디·미국의 공군시설인 ‘프린스술탄’ 기지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 반격 여부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전날 공습으로 미군은 3억달러(약 4500억원)짜리 ‘E-3 센트리’ 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란의 최대 우군인 러시아와 4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까지 이란 전쟁에 휘말려 드는 양상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실전에서 입증된 이란제 드론에 대한 요격 기술을 중동 국가들에 수출하려 하자, 이란은 전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배치된 우크라이나의 드론 대응 설비를 공습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몇 주간 이란과 지상전을 치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나오며 긴장은 더욱 격화되는 상황이다. 다만, 미군 병력을 이란의 드론·미사일 등의 집중 타격 대상으로 노출하는 지상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큰 정치적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그가 ‘지상전 카드’를 실제로 꺼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협상 중”이라며 최후통첩 시한도 두 차례 미룬 상황이지만, 협상은 여전히 미진하다. 양측은 중재국을 사이에 둔 간접 대화를 이어왔으며 15개 항목으로 구성된 종전안을 두고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 정부는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자국을 비롯해 사우디·튀르키예·이집트 외무장관들이 회동해 지역 내 긴장 완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