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여지없이 비가 새는 집. 천장을 비닐로 감싸도 소용이 없어,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집. 빗물이 철철 쏟아지는 집. 그런 집에 살다 보면 화를 내야 하는지 그냥 이해하고 말아야 하는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며 기분을 자주 맞닥뜨리게 되는 걸까. 화가 치밀다가도 어느새 슬그머니 풀이 죽어 그만 슬퍼져 버리고 마는지도 모른다.
비에 젖지 않아도 가라앉아 있는 천장의 비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잠이 들고 잠을 깨는 일. 나날이 마음 한구석에 검푸른 곰팡이가 스는 일. 낡은 집에 산다는 건 몸과 마음 또한 온통 상해가는 일이겠다. 머무르지도 떠나지도 못한 채로, 비가 오는 순간에도 비를 기다리며, 비가 와서 그만 이 집이 둥둥 떠내려갔으면 어디로든 나를 데리고 갔으면 망연히 바라게 되는 일이겠다.
이처럼 낡은 집은 어디에나 있다. 환한 봄날에도 혼자 비를 맞는 사람이 있고 “비가 오는데 비를 기다리는 날들” 속에 꽃은 피고 또 진다.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