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뷰남의 아이를 임신한 제아(최효주)는 오랜 남사친이자 작가 지망생인 구인(김신비)에게 ‘공동 육아’를 제안한다. 제아가 무사히 복직하고 구인이 육아에 익숙해지며 두 사람의 동거 생활은 한동안 순조롭게 이어진다. 그러나 아이의 친부 영기(박지안)와 그의 아내 경아(배윤경)가 개입하고, 구인과 제아의 우정이 사랑으로 변모하며 공동 육아 시스템은 위기를 맞는다.
천만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멜로가 체질’ 등을 만든 이병헌 감독은 이 작품 ‘애 아빠는 남사친’의 시나리오 집필과 연출을 맡으며 쇼트드라마에 처음 도전했다. 지난달 레진스낵에 공개된 이 작품은 플랫폼 인기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30일 서면으로 만난 이 감독은 “짧다고 쉬운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쇼트드라마 ‘애 아빠는 남사친’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이병헌 감독. 레진스낵 제공
“2년 전 개인적 이유로 일을 쉬었다. 이전까지 관심 없던 쇼트드라마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드라마와) 비등한 몸집까진 아니더라도 충분히 견제가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일 할 수 있는 시장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짧으니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사람을 모아 기획했다. 중편 영화 찍듯 8회차 만에 촬영을 마쳤다.”
이번 작품은 쇼트드라마의 흔한 ‘막장 코드’나 ‘도파민형 전개’와 다른 길을 간다. 설탕의 강렬한 단맛 대신 과일의 은은한 달콤함을 담았다. 그는 “도파민을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스스로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서 어려운 일에 도전할 필요는 없었고, 조심스럽게 실험한 것이 서사와 개연성에 비중을 둔 지금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파민만으로 시장이 지속 가능할까, 지속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창작자 유입과 시장 확장은 어렵지 않을까 고민했다”며 “(중국발 쇼트드라마와 달리) 우리 시장 여건에 맞춰야 했다”고 덧붙였다.
말맛 살리는 ‘티키타카’ 쓰기 대가인 그이지만, 이번 작품 작업 때는 난관에 여러 번 부딪혔다. “한정된 공간, 한정된 인물로 서사를 완성해야 하는 쇼트드라마 특성상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한데 고안하는 게 쉽지 않았다. 겨우 촬영을 시작해도 적은 회차 안에 끝내야 하니 체력 문제도 있었다. 이 실험이 성공적이어야 의미가 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도 컸다.”
세로로 긴 프레임을 활용한 장면 설계 방식도 고안했다. 세로 화면을 세로로 분할해 인물을 병치시키거나, 먼 거리를 두고 마주 앉은 인물 투샷을 세로로 잡는 구도를 통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어떤 쇼트드라마가 대중에게 어필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현재는 테스트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방어적으로 도전한다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확률이 높다. 필요한 것을 찾기보다 시장이 나를 필요로 하게끔 재지 않고 덤비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