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홍해發 초대형 악재, 에너지 위기에 국가 역량 모아야

중동전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가 터져 나왔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 정파인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 공격을 감행하면서 홍해의 바브엘만데브해협까지 위협받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에 이어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루트인 홍해까지 막히는 건 수출의존도가 높고, 외부 변수에 취약한 우리 경제엔 악재다. 중동발 공급망 혼란과 에너지 파동에 대비한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홍해는 수에즈운하를 통해 지중해로 가는 필수코스이자, 국내 기업의 유럽 수출 관문이다. 게다가 중동산 원유·가스가 유럽으로 가는 핵심 경로인 동시에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12%를 차지한다. 당장 홍해가 막히면 수에즈운하를 지나던 유조선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거나 일부 제한된 대체 경로를 활용해야 한다. 이 항로는 약 9000㎞가 길고, 운항 기간도 10∼15일 늘어난다. 선박 확보와 운임 상승, 보험료 증가 등의 부담은 기업 몫이다. 단순한 해상 물류 리스크로 그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원유 등 원자재 공급망을 통째로 뒤흔들 수도 있다. 홍해 봉쇄에 따른 글로벌 기준 하루 원유 공급 차질 규모가 현재 1000만배럴에서 1700만배럴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동산 원유를 구경하기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이 배럴당 115달러를 넘어섰다. 원유 공급이 경직되면서 유가 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등장했다. 환율과 금융 시장도 패닉에 빠졌다. 어제 원·달러 환율이 1515.7원으로 치솟았고, 외국인 자금 이탈 압력이 커지면서 코스피는 2.97% 폭락했다.

정부는 유가가 120∼130달러에 이르면 차량 부제를 민간으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총력전을 예고했다. ‘고환율·고유가·공급망 붕괴’에 따른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정확한 수요 파악을 통한 전방위적 에너지 및 원료 수급 계획을 짜고, 대체 물량 확보에 나서야 한다. 고유가와 고환율 장기화에 따른 물가상승이 소비위축과 경기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히 관리하길 바란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는 국민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시장 불안을 확산시키는 사재기도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