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질라”… 님비에 가로막힌 쓰레기 소각장 [심층기획-지자체 신규 원전 유치전]

서울시 ‘마포 소각장’ 건립 무산
주민 취소소송에 市 1·2심 패소
“인센티브 제공 등 설득 고민을”

공공 필수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을 두고선 여전히 재산 가치 하락 등을 우려하는 ‘님비’(Not In My Backyard: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롭지 않은 일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행동)가 만연하다. 정부는 현재 수도권에서 27개 공공소각시설 확충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 반발로 인해 진행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서울에서 추진됐던 마포구 광역자원회수시설이 그렇다. 마포구 광역소각장은 행정소송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해 수도권에서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를 시행되면서 생활쓰레기 소각장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는데 부지 확보는 더욱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 뉴스1

다른 자치구 역시 쓰레기 소각장을 기피하긴 마찬가지였다. 앞서 시는 쓰레기 대란을 우려해 2019년 5월부터 광역자원회수시설 공개모집을 실시했다. 하지만 부지 공모에서 신청한 자치구는 없었고, 2020년부터 입지선정위원회를 통해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나선다.

 

시는 이후 2023년 마포구 상암동 481-6 일원을 선정해 고시하고 약 833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일 1000t 소각시설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마포구 주민 1850여명은 서울시를 상대로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결정고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시는 1, 2심 패소 후 상고포기를 선언했다. 1·2심은 모두 시가 입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형식적인 절차를 거쳤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주민 의견을 실질적으로 충분하게 반영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입지 결정 처분을 취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년간 시가 준비하고 공들여왔던 작업이 무산되며 상실감이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포구 자원회수시설은 다른 양천, 노원, 강남보다 생활 지역에서 300m 이상 떨어져 있어서 이렇게 크게 반발할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다”며 “다른 지역 자원회수시설은 가까운 아파트가 20m 정도인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이 같은 님비를 거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포구를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법, 마포구 쓰레기 소각장 선정 취소 2심도 서울시 패소”라며 “이제 마포 쓰레기 소각장 건설 전면 백지화하라”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2024년 총선 당시 마포구 소각장 백지화를 제1공약으로 내걸었고, 국회 상임위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30일 시에 따르면 서울지역 생활쓰레기는 2024년 기준 매일 평균 약 3018t(소각 2435t·매립 583t)이 발생·처리된다.

서울 도봉구 재활용 선별장에 쓰레기들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양천, 노원, 강남, 마포 4곳의 자원회수시설에서 소각할 수 있는 쓰레기는 일 최대 2850t으로 직매립 금치 조치 전부터 이미 한계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이들 시설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건설된 후 20년 넘게 가동돼 노후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서울에서 신규 소각장을 지을 수 있는 동력은 마포에서 한 번 꺾이면서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이 반발할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소각장을 신규로 짓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한 대책을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홍 소장은 님비 생활시설은 대부분 주민 수용성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가 인센티브를 어떻게 제공해 설득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