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업만은 막기 위해 역대급 보상안을 제시하며 노동조합 설득에 나섰지만 노조가 거부하면서 임금협상이 결렬됐다.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 상한 폐지를 주장해온 노조는 사측이 OPI 폐지 약속을 하지 않는 한 사측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 요구안대로 성과급 제도를 개편할 경우 형평성 문제로 노노 갈등까지 우려되지만 노조가 고집을 꺾지 않은 것이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마당에 핵심 성장 엔진인 반도체를 볼모로 노조가 지나친 요구를 한다는 지적이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에 공지한 ‘임금협상 안내’를 통해 지난 25∼27일 재개한 협상 과정을 공개했다. 앞서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이 공동투쟁본부와 만난 후 임금교섭은 재개됐다.
삼성전자 공지를 보면, 사측은 협상 과정에서 반도체(DS) 부문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파격적인 특별 포상을 제시했다. 우선 경쟁사와 동등한 영업이익 10%를 OPI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OPI는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삼성전자 성과급 제도다. 특히 DS 부문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하면 경쟁사 이상의 지급률을 보장하기 위해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기로 했다. 경쟁사 대비 인원이 많기 때문에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쓸 경우 메모리사업부의 성과급 지급률이 경쟁사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사실상 경쟁사를 넘어서는 업계 최고 수준의 재원을 약속한 셈이다. 회사 측은 기존 ‘OPI 상한 유지’ 입장에서도 한 발 물러났다. 연봉의 50%를 초과하는 특별 포상이 가능하도록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에도 경영성과 개선 시 최대 75%의 성과급을 보장하는 안을 내놨다. 임금 인상률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2.2%)의 세 배에 달하는 6.2%를 제시했다. 사측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직원 사기진작과 인재 확보를 위해 최선의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실거주 목적 주택 구입 또는 전세 계약 시 최대 5억원 대여 △샐러리캡 금액 상향 △자녀 출산 경조금(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500만원) △자사주 20주 제공 등 다양한 복지 혜택도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를 고집하면서 특정 사업부에만 유리한 제도를 요구해 사측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영업이익 10% 재원을 ‘부문 40%, 사업부 60%’ 비율로 배분하되, 적자 사업부는 부문 지급률의 60%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도록 요구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현재 흑자인 일부 사업부만 성과급이 올라가고, 기존 연봉의 47%를 OPI로 받던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의 지급률은 11%로 급락한다. 노노 갈등을 우려한 사측이 “이번 임금협상에서는 경쟁사 보상 수준 등을 감안한 특별 포상을 우선 적용하고, 제도 개선은 노조 및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추가로 논의하자”고 대안까지 제시했지만 노조가 거절했다고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호황기에 번 이익을 성과급으로 고정 배분할 경우 불황기 위험 관리 능력이 급격히 저하된다”며 “연봉 1억5000만원 수준의 초고임금 노조가 실질적 보상안을 거부하고 형식적인 제도 변경을 고집하며 교섭을 중단시킨 것은 국가 수출의 35%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을 볼모로 잡는 행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