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섬 정체성” 제주 해저터널 반대…“제2공항은 도민 판단”

제주 타운홀미팅서 참석자 대상 즉석 거수 찬반 물어

이재명 대통령이 국책사업인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해 “(도민)여러분들이 판단하라”며 제주도민에게 자기결정권을 부여했다. 전라남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제주∼전남 해저 고속철도와 관련해서는 “섬 정체성 훼손” 이유로 반대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30일 제주한라대학교 한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 미팅. 제주도청출입기자단

이 대통령은 30일 제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이슈가 됐던 제주 해저터널과 제2공항에 대한 참석자들의 의사를 묻기 위해 즉석에서 거수 투표에 부쳤다.

 

이 대통령은 “제주와 육지부를 해저터널로 연결하자는 의견이 있다. 찬성하는 지역도 있는데, 제주도민의 생각이 궁금하다”며 참석자들을 상대로 찬반 의사를 물었다. 

 

반대한다고 손을 든 참석자들이 많자, 이 대통령은 “반대가 훨씬 많다. 저와 생각이 같다. 섬이라는 정체성이 있다. 제주는 제주다워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며 개인적으로는 제주와 육지부를 잇는 해저터널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공항(제2공항)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 이해관계에 따라서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주요 정책 결정에 참고하고 싶어 의견을 묻는다”며 참석자들에게 찬·반·유보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찬·반이 엇비슷한데, 반대한다는 의견이 좀 더 많은 것 같다”며 “하여튼 여러분들이 판단하십시오”라며 해너터널과 달리 자신의 의견은 유보했다. 참석자 200명 중 상당수는 찬반 의견에 손을 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제주~서울 고속철도 개설을 공약으로 삼으려다가 제외했다. 

 

당시 이 후보는 수도권 유세 현장에서 제주와 호남권을 잇는 해저터널을 뚫고, 호남권과 서울까지 고속철도를 연결하면 제주~서울 고속철도 연결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이후 제주에서는 해저터널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 ‘제주 패싱’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민주당 차원의 대선 공약에서 제외됐다. 

 

이 대통령은 제2공항 문제와 관련해 도민 간 상호 토론을 통한 합리적 의사 결정의 원칙임을 강조한 바 있다.

 

제2공항은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 가덕도공항, 대구경북공항 등과 함께 명시됐지만, 새만금공항 기본계획 백지화 법원 판결 후폭풍 등이 이어지면서 ‘(지방 항공관문 확대) 신공항 사업 추진, 국제선 LCC(저비용항공사) 운항 등 네트워크 확대’로 변경돼 국정과제에 반영됐다.

 

제주도는 제2공항을 중점 평가 사업으로 조기 지정하고, 갈등 예방과 도민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숙의 공론화 절차를 도입한다.

 

오영훈 지사는 지난 23일 주간 혁신 성장회의에서 “제2공항을 반대하는 도민도, 찬성하는 도민도 모두 제주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진지하게 보고 있다”며 “도민을 둘로 가르는 방식이 아니라, 도민이 함께 답을 찾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중점 평가 사업으로 지정한 이후 갈등조정협의회를 구성해 숙의 공론화 기구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협의회는 도민과 전문가, 환경단체, 사업자, 정부 관계자까지 아우르는 구성으로 운영한다. 숙의 토론을 거친 결과를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에 공식 제출하게 된다.

 

운영 방식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방식처럼 찬반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라, 수용 가능한 조건과 대안을 마련해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제주도는 공론화가 요식 행위로 끝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 도의회 등과 긴밀히 협의해 실질적인 수용 효과를 부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