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르완다 공무원 초청 연수 기획사, 강사료 뻥튀기

1회 강연 → 2회로 속여 정산 등
코이카에서 594만원 부정 수급
통번역 업체, 일 안 하고 돈 챙겨

사이버보안 전문가인 A교수는 지난해 7월28일 서울에서 열린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의 르완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초청연수 프로그램에서 인공지능(AI) 관련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다음 달 한 차례분의 강연료를 받았지만 코이카의 강연료 정산 내역에는 두 차례 강연료가 지급됐다고 표시된 것을 발견했다. 강연을 기획한 B업체가 강연료를 부풀린 것이다. A교수는 “통장에 입금된 잔고와 코이카 정산 내역이 달랐다”며 “하지 않은 강연 서류까지 위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 전경. 코이카 제공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김태호 의원이 코이카로 부터 제출 받은 지난해 ‘르완다 전파 및 사이버보안 관리 시스템 활용 역량강화’ 초청연수 관련 정산 내역에 따르면 B업체는 A교수를 비롯해 총 6명의 강사료를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두 명의 강사 명의로는 강연을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지만 강사료 명목으로 예산을 챙겼다. 나머지는 한 차례 강연한 것을 빌미로 두 차례 강연료로 부풀려 받았다. 실제 하지 않은 강연료 예산 총 594만원이 부정 수급됐다.

 

B업체와 함께 통번역 담당으로 연수에 참여한 C업체는 진행하지도 않은 강연에 통번역을 제공했다는 명목으로 1288만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초청연수는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인 르완다의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르완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2024년부터 3개년 계획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업체의 부정행위로 르완다 공무원들은 소프트웨어 분야 교육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T) 강국인 한국을 찾았다가 절반의 교육만 받고 돌아가야 했다.

코이카로부터 초청연수 용역을 따낸 B업체와 C업체는 공동입찰로 해당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전문 강연기획 업체도 아니었다. B업체는 소프트웨어 개발로 사업자등록을 했지만 지난해 기준 직원이 3명에 불과하고 경기도의 한 아파트로 주소지가 돼 있는 회사였고 C업체는 사무용품을 판매하는 회사였다. 업체 선정 과정부터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강사 섭외 등도 B업체와 C업체 공동 명의로 이뤄져 강사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같은 업체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코이카 관계자는 “연수기관을 선정할 때 외부 심사기관들이 제안서를 바탕으로 선정한다”며 “제안서상 업체 설명이 간략하게 있지만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평가가 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업체 관계자에 수차례 관련 입장을 요구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코이카는 지난해 11월 자체 조사를 통해 두 업체에 부정하게 사용된 사업비 내역을 파악하고 이달 이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올해까지였던 사업계약도 취소 조치 됐다. 코이카는 업체가 예산을 부풀린 것에 대한 소명요구를 했지만 업체들은 아직 회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코이카는 납득할만한 이유가 없다면 경찰 고발 등 법적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업체는 2023년에도 세 차례 코이카의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고 공모제안서에 기재된 조직도 등 내부정보가 부실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호균 전남대 교수(행정학)는 “불량하고 부적격 업체들이 입찰 과정에서 철저히 걸러질 수 있는 절차가 강화돼야 한다”며 “공고를 낼 때 적절한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불량 업체 입찰을 사전에 막는 등 제도적으로 통일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