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지방선거를 두 달 남짓 앞둔 가운데 연일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내 계파 갈등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장동혁 대표 체제가 코너에 몰린 모양새다.
장동혁 대표는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두 차례 글을 올려 여권이 주도한 조작기소 국정조사와 검찰개혁 등을 비판했다.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설탕세·보유세 언급 등을 지적하며 “100원 주고 1000원 뺏어가는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는 이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오찬 회동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대응책을 포함한 대여 공동 투쟁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에는 비공개 일정으로 경희대 인근 원룸을 찾아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장 대표가 대여 공격수 역할을 자처한 것은 지방선거 정국에서 현장 일정 대신 불가피하게 국회에 갇혀 있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장 대표는 지난달 11일 대구·전남 방문 이후부터 당내 행사를 제외한 공개적인 민생 행보를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 26일에는 경기 현장 최고위원회의 일정을 잡았다가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공천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 일정을 연기했다는 게 공식 설명이었지만, 당 안팎에서는 최근 악화된 민심으로 장 대표의 활동 반경이 줄어든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장 대표를 겨냥해 “(선거운동 때) 빨간색 입고 싶다. 입게 해달라”고 꼬집었고,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현진 의원은 “(장 대표가) 도움이 되는 지역이 단 한 군데도 없다. 서울에 오지 않았으면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동분서주하며 이달 들어서만 9차례 현장 행보에 나섰다.
국민의힘에서 당대표 지원 유세를 선호하지 않게 된 것은 어수선한 당내 상황에서 장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 대표가 내세운 ‘뉴페이스’ 공천이 무색하게 국민의힘은 선거 구도를 흔들 만한 새 인물 영입에 실패한 데다, 중량감 있는 원외 인사들도 설득하지 못했다. 경기도지사 공천의 경우에는 당 핵심 관계자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승민 전 의원과 접촉했지만, 확답을 얻지 못하면서 경선 여부도 불투명하다. 민주당 정 대표가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직접 만나 험지인 대구시장 출마를 이끌어낸 것과 대조적이다.
장 대표는 장애인 비하 등의 논란으로 인적 쇄신 대상에 올랐던 박민영 미디어대변인을 최근 재임명했다. 지난 26일과 28일 본선과 결선이 각각 진행된 광역의원 비례 청년 공개 오디션에서 폭행 전력과 계엄 옹호 논란에 휩싸인 방송인 이혁재씨가 심사위원으로 나선 것도 뒷말을 낳았다. 장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 단절) 결의문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당시 홍준표 대표 지원 유세를 거부한 채 흰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하던 때가 떠오른다”며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는데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지도부 관계자는 “당대표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알고 있고, 여러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며 “장 대표가 하루에 2개 정도씩 SNS 메시지를 통해 대여 투쟁 전면에 서서 당의 승리를 위해 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