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0원 넘나든 환율… 17년 만에 최고치

원·달러 야간 장중 1521원까지 치솟아
코스피도 한때 5150선까지 밀려
중동 확전 우려 금융시장 흔들
환율 이번 주 1530원대 전망도

중동에서의 전황이 출구를 찾기는커녕 확전 우려로 악화하며 30일 국내 금융시장이 또다시 흔들렸다. 원·달러 환율이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번 주 153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코스피도 3% 가까이 떨어져 53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코스피 지수가 중동 확전 우려에 하락 마감한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전장대비 161.57포인트(2.97%) 하락한 5,277.30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전장대비 34.46포인트(3.02%) 하락한 1,107.05에 거래를 마쳤고, 원달러 환율은 6.40원(0.42%) 상승한 1,515.30원에 거래되고 있다.   뉴스1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야간 거래 시간인 오후 4시33분쯤 1521.1원까지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10일(장중 최고 1561.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KB국민은행 기준 공항 환전 환율은 1583.9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은 이날 주간 거래를 기준으로도 전 거래일보다 6.8원 오른 1515.7원으로 마쳤는데 이후 상승폭을 키운 것이다. 지난 주말 미국의 지상전 준비와 후티 반군의 참전 등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이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강하게 자극하며 환율 급등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란전쟁 발발 이후 고점으로 점쳐져 온 1510원 중반대는 이번 주 확실히 깨지는 흐름이다. 1500∼1530원을 주간 환율 전망치로 내놓은 신한은행 S&T센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기대를 시장에 심으려 하지만 이란의 반응은 냉랭하다”며 “전쟁 출구를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쟁 이후 안정적이던 에너지 수출국 통화들이 갑자기 약세로 돌아선 것은 시장 참가자들이 전쟁 장기화 가능성, 세계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위험 등 전쟁의 2차 효과로 시선을 돌렸음을 나타낸다는 분석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만 앞서도 눈으로 보이는 진전은 없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희망고문당하던 시장이 이제 크게 기대를 안 하는 상황”이라며 “핵 포기와 배상 요구 등으로 미국과 이란 사이 외형적 협상 조건의 간극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의 충격도 컸다. 이날 코스피는 중동 확전 공포로 장 초반 5% 하락한 5150선까지 밀리며 약세를 보였다. 이후 개인과 기관투자자 매수세로 낙폭을 줄여 2.96% 내린 5277.30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이날 보인 하락폭은 중동전쟁 발발 직후인 이달 3~4일과 9일, 23일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크다.

 

전쟁 이후 대규모 매도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은 이날도 홀로 약 2조1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이달 11일부터 14거래일 중 단 하루(18일)만 빼고 ‘팔자’ 행렬을 이어간 것이다.

 

종목별로는 그간 코스피 지수를 견인해 온 삼성전자가 1.89% 빠진 17만6000원대로 밀렸고 SK하이닉스는 5.31% 하락해 ‘87만닉스’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3.02% 내려 1107.05를 나타냈고 ‘한국형 공포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37% 오른 61.43을 기록했다.

 

대신증권은 “중동 이슈 등으로 유가·달러·금리 변동성 확대 시 코스피 2차 하락이 불가피하고 5000선 이탈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