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요리 인생은 거창하거나 화려한 목표나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의 출발점은 집 부엌이었다. 어릴 때부터 음식 솜씨가 좋았던 어머니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주셨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 옆에서 냄비를 젓거나 재료를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완성은 늘 어머니의 몫이었지만, 조금이라도 자신의 손이 닿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음식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어린 마음에 ‘같이 만들었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큰 의미였다. 15살이 되던 해, 어머니 생신에 처음으로 혼자 미역국을 끓여 드렸다. 서툰 솜씨였지만 가족들이 웃으며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며 그는 한 가지 감정을 처음으로 분명하게 느꼈다. 요리를 통해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경험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고,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였던 만큼 자연스럽게 요리사의 길로 이어졌다. 호텔조리학과에 진학하면서 그는 처음으로 요리를 체계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마음 한편에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특히 양식에 흥미가 컸던 그는 프렌치 베이스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졸업 후 ‘르꼬르동블루’ 한국 캠퍼스에 진학했다. 1년간의 과정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다. 레시피를 따라 만드는 요리사에서 스스로 요리를 설계하는 요리사로 사고가 바뀌는 시기였다. 졸업 시험 과제가 ‘자신만의 레시피 개발’이었는데, 늘 배우는 입장이었던 그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반복되는 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조합과 구조를 설계하는 일 자체에서 재미를 발견했다.
결국 그는 동기 중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이 경험을 통해 메뉴 R&D라는 분야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졸업 후 그는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본사가 있는 매장의 특성상 매뉴얼 중심의 운영이 이루어졌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그는 조리의 정확도와 속도, 그리고 팀워크의 중요성을 배웠다. 2년 차가 되었을 때 사내 요리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무작정 참가하며 다시 메뉴 개발에 도전했다. 수상은 못 했지만 하나의 요리를 기획하고 완성하는 과정은 그에게 또 다른 확신을 남겼다. 정해진 메뉴를 만드는 것보다 새로운 메뉴를 설계하는 일이 더 흥미롭다는 사실이었다. 이후 그는 더 넓은 식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했다. 준비기간도 길지 않았다. 무작정 시드니로 향했고, 현지 로컬 매장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이력서를 돌렸다.
폴트버거는 2020년 압구정 도산점을 시작으로 현재 여러 지점을 운영하는 미국식 버거 브랜드다. 테니스에서 ‘폴트(fault)’는 서브 실패를 의미하는 용어이지만, 브랜드에서는 이를 과감한 시도와 도전의 상징으로 해석했다. 기존 버거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합을 시도하는 것이 이 브랜드의 방향이다.
시그니처 메뉴인 폴트버거는 그런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준다. 수많은 테스트 끝에 버거에 쪽파를 사용한다는 발상을 떠올렸고, 이를 그릴에 구워 불향을 입힌 뒤 훈연 파프리카가 들어간 시그니처 소스와 조합했다. 흔하지 않은 재료였지만 예상 이상의 깊은 풍미를 만들어냈다. 두번째 시그니처 메뉴인 타코버거는 버거와 텍스·멕스(텍사스+멕시코 퓨전요리) 요소를 결합한 메뉴다. 스모키한 미트 칠리소스와 치폴레 소스, 블랙빈, 과카몰레, 사워크림을 조합해 타코의 풍미를 버거 안에 담았다. 여기에 프리토스 콘칩을 더해 토르티야의 옥수수 풍미와 바삭한 식감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했다.
그가 메뉴를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여전히 단순하다. ‘또 먹고 싶은가’ 이다. 첫입의 강한 인상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먹었을 때 질리지 않는 맛,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시 생각나는 맛이 좋은 메뉴라고 믿는다.
최 셰프는 유명한 셰프가 되는 것보다 오래 요리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화려하게 주목받는 순간보다 오늘도 성실하게 고민하고 조금 더 나은 맛을 만드는 일. 그리고 그 음식을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요리는 누군가를 가장 직접적으로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접시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고, 그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셰프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오늘도 그는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며 새로운 메뉴를 만든다. “이걸 또 먹고 싶을까.”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