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역사는 ‘4강 신화’를 썼던 2002 한일 월드컵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월드컵 직전 3개월 이내 A매치에서 3점차 이상 대패를 당한 게 딱 두 번이다. 지난 28일 영국 밀턴킨스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맞대결에서 0-4 완패를 당한 게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바로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렀던 2014년 6월9일 미국 마이애미의 선라이프 스타디움에서의 가나와의 평가전. 당시에도 최악의 졸전을 거듭하며 0-4로 대참패를 당했다.
이쯤이면 눈치챌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번 코트디부아르전과 12년 전 가나전을 지휘한 사령탑은? 맞다. 홍명보 감독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년 전에도, 이번에도 월드컵을 3개월 이내로 앞둔 상황에서 최악의 참패를 당하며 본선에서의 기대감을 한껏 낮췄다.
가나에게 0-4로 대패했던 홍명보 감독 1기의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1무(VS 러시아 1대1), 2패(VS 알제리 2대4, VS 벨기에 0대1)로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쓰라린 결과를 받아들어야 했다.
브라질 월드컵 이후 한동안 야인으로 지내다 중국리그 항저우(2016~2017)를 거쳐 울산 현대(2021~2024) 사령탑을 지내며 경험을 쌓은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24년 다시 한 번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았다.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지만, 홍명보 감독은 “이제 난 버렸다. 이제 한국 축구밖에 없다”며 감독직을 수락했다.
그러나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지만, 팬들의 기대감은 이번 코트디부아르전 대패로 많이 식은 상태다. 월드컵을 겨냥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준비한 스리백은 ‘전가의 보도’가 아니었다. FIFA 랭킹이 37위로 한국(22위)보다 15계단이나 낮고, 1.5군급 선수들을 선발 출전시킨 코트디부아르의 공격진에 스리백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게다가 홍명보 감독의 고질적 약점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인게임 조정능력도 코트디부아르전에서 크게 부각됐다. 이번 코트디부아르전에선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전,후반 각 22분이 지난 시점에 3분을 부여하고, 선수들은 이때를 활용해 물을 마시고 휴식 등을 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은 휴식만을 위한 시간은 아니다. 앞선 22분 간의 상대 전술과 흐름을 파악하고 남은 23분 간의 시간을 어떻게 펼쳐나갈지를 선수들에게 주문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코트디부아르전에선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전과 후의 경기력이 크게 달라졌다. 전반 초반엔 홍명보호의 스리백이 꽤 먹혔다. 스리백의 좌우 스토퍼로 출전한 김태현과 조유민이 과감하게 압박을 올라가면서 상대의 빌드업을 괴롭혔다.
그러자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후 코트디부아르는 전술을 조정해서 나왔다. 양쪽 측면 선수들에게 공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김태현과 조유민이 과감하게 올라오는 것을 감안해 뒷공간으로 공을 전달했다. 반면 한국은 코트디부아르의 이런 전술적 수정을 예상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전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이후 두 골을 허용하며 분위기를 내주고 말았다.
1일 오스트리아와의 평가전은 홍명보호에게 많은 게 달렸다. 코트디부아르전 대참패로 인해 안 그래도 싸늘하게 식었던 팬심에 다시 한 번 기대감을 심어줘야 한다. 게다가 스리백을 고수할지 포백으로 회귀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제대로 활용해 상대의 전술과 움직임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