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항우울제 처방 건수가 5년 전보다 40% 가까이 급증하며 2440만 건을 돌파했다. 특히 10대 이하 소아·청소년층의 처방 사례가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전 연령대에서 정신건강 위기 신호가 켜졌다.
3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항우울제 처방 건수는 2440만40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1785만 건) 대비 36.7% 증가한 수치다. 2022년 처음으로 2000만 건을 넘어선 이후 매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10대 이하 ‘2배’ 이상 급증... 2030 청년층도 비상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소아·청소년층의 폭발적인 증가세다. 0~9세 아동의 처방 건수는 2020년 4만4000건에서 2025년 11만3000건으로 156.8% 폭증했다. 10~19세 역시 같은 기간 56만5000건에서 128만5000건으로 127.4% 늘어나며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어 30대(74.7%)와 20대(55.9%) 순으로 증가 폭이 컸다. 이는 과도한 학업 경쟁과 취업난, 경제 활동에 따른 스트레스가 젊은 층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령화 여파로 60세 이상 고령층의 처방 건수 또한 1053만8000건을 기록하며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 ADHD·수면장애 등 처방 사유 다변화
항우울제가 단순히 우울증 치료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처방 상위 20개 주상병을 분석한 결과,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포함한 ‘운동과다장애’ 관련 처방이 15만7000건에서 83만8000건으로 433.8%나 폭증했다.
이 외에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따른 적응 장애(80.4%), 수면장애(77.6%), 강박장애(59.3%) 등에 대한 처방이 일제히 늘어났다. 이는 현대인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의 양상이 점차 복잡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 정부, 고위험군 심리상담 강화... “인프라 확충 시급”
김미애 의원은 “항우울제 처방의 단기간 급증은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며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예방 중심의 정책과 치료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최근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6~2030)을 확정하고 대응에 나섰다. 우울과 불안을 겪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사회서비스 취약지에 거주하는 독자를 위해 방문 및 비대면 상담 서비스를 전격 도입해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약물 처방 증가가 병원 문턱이 낮아진 긍정적 측면도 있는 만큼, 향후 체계적인 상담 시스템과의 병행이 완치율을 높이는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