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18세기 영국과 프랑스가 치열한 세력 다툼을 벌인 곳이다. 7년에 걸친 전쟁 끝에 영국이 프랑스를 누르고 1763년 광대한 캐나다 띵을 독식했다.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들은 영국인들의 지배 아래 들어갔다. 이에 프랑스계 주민이 특히 많은 퀘벡주(州)가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결국 캐나다 정부는 1969년 프랑스계 주민을 위해 이중 언어 및 이중 문화를 인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덕분에 프랑스어가 영어와 더불어 캐나다의 공용어로 채택됐다. 1982년을 기점으로 캐나다 내 영국계 주민과 프랑스계 주민, 또 영어와 프랑스어의 차별은 법적으로 완전히 금지됐다.
1967년 7월 캐나다를 방문한 샤를 드골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퀘벡주 몬트리올에서 “자유 퀘벡 만세”를 외쳤다. 이는 프랑스어권인 퀘벡이 캐나다에서 독립하길 원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충분한 언행이었다. 당장 캐나다 정부에선 “노골적인 내정 간섭”이라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천하의 드골도 캐나다의 강경한 태도 앞에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연방정부가 있는 수도 오타와 방문을 포기한 채 일정을 앞당겨 프랑스로 돌아갔다. 다만 이 일이 있은 후 퀘벡주에서 분리주의 세력에 의한 독립 운동이 거세지며 캐나다 정부는 곤경에 처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현직 시절 캐나다 퀘벡주 출신 기자로부터 프랑스어 질문을 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 주로 영어로 대화를 나누던 도중 갑자기 프랑스어가 치고 들어오면 아무리 노련한 외교관인 반 총장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반 총장은 “영어권 국가에서 오래 근무해 프랑스어를 많이 접하지 못했다”며 “프랑스어를 더 자주 사용하겠다”는 다짐을 밝히곤 했다. 2021년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으로는 처음 캐나다 총독에 취임한 메리 사이먼은 자신의 프랑스어 실력이 부족함을 인정하며 “학교 다닐 때 프랑스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프랑스어를 공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캐나다 국적기인 ‘에어캐나다’는 퀘벡주 몬트리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 22일 에어캐나다 여객기가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착륙하다가 활주로 위의 소방차와 충돌해 조종사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마이클 루소 에어캐나다 최고경영자(CEO)가 유족 등을 위로하는 영상 메시지에서 영어만 쓴 점이 문제가 됐다. 캐나다 양대 공용어 중 하나인 프랑스어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비난이 쇄도하자 결국 루소 CEO는 30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루소 CEO가 올바른 결정을 했다”며 “지도자가 된다는 것에는 많은 책임이 따른다”고 말했다. 캐나다 같은 이중 언어 국가의 지도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