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 이상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한 번쯤은 “차부터 바꿔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카시트만 세 개 놓아도 좁아지는 차량, 늘어나는 이동 부담은 다자녀가구의 현실이다. 전북도가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손잡고 이런 일상 속 고민을 덜어주는 정책을 전국 최초로 꺼내 들었다.
전북도는 31일 도청에서 현대·기아자동차와 ‘3자녀 이상 가구 패밀리카 지원 사업’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공공과 민간이 함께 저출생 문제를 풀기 위해 손을 맞잡은 사례여서 주목된다.
이 사업은 ‘이동권’에 초점을 맞췄다. 현행 제도상 6세 미만 영유아는 카시트 착용이 의무화돼 있어, 다자녀가구일수록 넓은 차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형 차량 구매 비용은 부담이 커 현실적인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도와 기업체는 협약에 따라 도내 1년 이상 거주하면서 18세 이하 자녀 3명 이상을 둔 가구를 지원한다. 6인승 이상 11인승 이하 국산 차량을 구매할 경우 제조사 할인 100만원에 더해 지방자치단체가 차량 가격의 10%(최대 500만원)를 보조해 최대 600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총사업비는 10억원 규모로, 올해는 200가구를 우선 지원한다. 지역별 수요를 반영해 전주·군산·익산 각 30가구, 완주 25가구, 정읍 20가구, 남원 15가구 등으로 물량이 배정됐다. 신청은 내달 1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되며, 5월 중 대상자가 확정된다.
차량 구매 이후에는 일정 기간 도내 거주와 차량 운행 의무가 부과된다. 정책 효과가 실제 생활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노홍석 전북도 행정부지사는 “출산 장려 정책이 단순한 현금 지원에 머물러서는 체감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패밀리카 지원은 가족의 일상에서 이동권을 보장하고,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부담이 아니라 ‘가능한 선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정책의 목표”라며 “향후 교육과 돌봄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협약에 참여한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박구열 현대자동차 전북본부장은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가족의 삶의 질과 직결된 중요한 요소”라며 “다자녀가구의 실질적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역할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인호 기아차 전북본부장도 “저출생 문제는 기업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할 사회적 과제”라며 “이번 사업이 출산 친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