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주요 알루미늄 생산 시설이 이란의 공격을 받은 여파로 알루미늄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알루미늄 공급 혼란에 따라 세계 알루미늄의 약 60%를 생산하는 중국으로 더 많은 수요가 몰릴 수 있으며, 이미 중국이 틀어쥔 갈륨에 대한 지배력도 더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CNBC 방송은 30일(현지시간) 알루미늄 국제 가격의 지표인 런던금속거래소의 알루미늄 선물 가격이 장중 전장보다 5.5% 뛴 t당 3492달러(약 536만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2년 4월 이후 최고치다.
중동의 양대 알루미늄 생산 업체인 에미리트 글로벌 알루미늄(EGA)과 알루미늄 바레인은 지난 28일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생산 시설에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EGA는 알타윌라 제련소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 이후 아부다비 사업장에서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이 제련소의 생산 물량은 지난해 기준 연 160만t에 달한다. 알루미늄 바레인은 직원 두 명이 부상을 입은 자사 시설의 피해 규모를 평가 중이라고 밝혔다.
CNBC는 이미 중동의 알루미늄 수출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글로벌 알루미늄 업계의 전망을 더 어둡게 만들었다고 짚었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알루미늄 생산량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다. 보고서는 알루미늄 제련소가 가동 중단 후 재가동하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 중단이 단기적으로 금속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경제 성장 둔화에 따른 수요 약화가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프릴 케이 소리아노 S&P글로벌에너지 애널리스트는 CNBC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은 알루미늄 시장에 큰 충격파를 불러일으켰다”며 “업계 전반을 재편할 수 있는 공급 위기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이스 리 호주 맥쿼리 그룹 원자재 전략 분석가도 “공습 이전의 시나리오에서도 현재 가동 능력의 20%인 80만∼90만t 규모의 생산 손실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었다”며 “이번 공급 중단 사태는 세계 알루미늄 시장을 공급 부족 상태로 몰아넣을 만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알루미늄은 전자·운송·건설 등 주요 산업에 꼭 필요한 자재다. 이에 세계는 알루미늄 공급 쇼크에 대비하고 있으며, 이 같은 혼란이 단기적으로는 물론 잠재적으로 향후 몇 년 간 중국으로 더 많은 생산이 쏠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알루미늄 제련은 높은 수준의 운영 연속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중동의 생산량을 더욱 억제할 수 있다. 알루미늄 최대생산국인 중국 당국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과잉 생산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알루미늄 생산량을 연 4550만t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국이 알루미늄 공급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업 기업 ACG메탈스의 아르템 볼리네츠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알루미늄 가격이 너무 높다고 판단하면 자국 내 운영을 중단시킨 다수의 제련소를 재가동해 글로벌 물량을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에 필수적인 갈륨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갈륨은 알루미늄 정련 과정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EGA는 미국 방산 기업 RTX 및 아랍에미리트(UAE) 타와준 위원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새로운 갈륨 생산 업체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부다비에 있는 EGA의 알루미늄 정련소에서 추출 및 정제 능력을 개발해 UAE를 세계 2위의 생산국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이란의 이번 공격으로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판샹둥 치라이 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루미늄은 갈륨이 추출되는 주요 원천”이라며 “알루미늄이 없으면 갈륨 공급은 자연스럽게 줄어들며, 직접적인 결과는 세계 갈륨 생산 능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미 중국은 세계 갈륨 생산량의 99%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2024년 12월 미국에 대한 갈륨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11월 이를 1년 간 유예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