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 원대 투자 사기·30억 원대 마약 유통 박왕열, 경찰 “은닉 재산 추적중”

박왕열, 교도소에서 호화 생활하기도
필리핀에서 교민 3명 살해, 탈옥, 국내 마약 유통 등을 일삼으며 ‘마약왕’으로 불리던 박왕열이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로 송환된 이른바 ‘마약왕’ 박왕열(47)에 대해 수사 중인 경찰이 박씨가 범죄로 얻은 은닉 재산을 추적하고 있다.

 

그는 150억 원대 투자 사기와 30억 원대 마약을 유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5일 국내로 송환된 박왕열을 구속하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엿새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왕열은 변호사 선임을 거부하고 단독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이 필리핀 교도소에서 넘겨받아 포렌식 작업을 진행한 박왕열의 휴대전화에서는 범죄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내용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박왕열은 필리핀 교도소에서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이용하며 마약 유통 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당시 사용한 휴대전화와 경찰이 넘겨받은 휴대전화가 서로 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은 또 박왕열이 마약 유통으로 얻은 수익이 국내에 은닉돼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확인된 재산은 없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시간에는 차이가 있지만 매일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은닉 재산을 추적하고 혐의 입증을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왕열은 마약 유통망에 대해서는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유통 경로 등 전체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 중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박왕열은 2024년 6월 공범에게 지시해 필리핀에서 필로폰 1.5㎏을 커피 봉투에 숨겨 국내로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어 같은 해 7월에는 불상의 외국인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필로폰 3.1㎏이 담긴 캐리어를 국내 공범에게 전달해 김해공항으로 밀수한 혐의도 있다.

 

또 2019년 11월부터 2020년까지 국내 공범들에게 지시해 서울·부산·대구 일대의 소화전과 우편함 등에 마약류를 숨겨 유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왕열이 국내에 밀수·유통한 마약은 필로폰 약 4.9㎏, 엑스터시 4500여 정, 케타민 약 2㎏, LSD 19정, 대마 3.99g 등으로, 시가 약 30억 원 상당에 이른다.

 

박왕열은 2016년 필리핀 팜팡가주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한국인 3명을 총기로 살해한 이른바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의 주범이기도 하다.

 

그는 이 사건으로 2022년 필리핀 법원에서 징역 60년을 선고받고 현지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당초 박왕열은 필리핀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수형자로, 현지 형기를 모두 마쳐야 송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정부는 자국 내 수사를 위해 범죄인을 일시적으로 넘겨받는 ‘임시인도’ 제도를 활용해 신병을 확보했다.

 

이후 의정부지방법원은 지난 27일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박왕열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의 구속 수사 기간이 최대 10일인 점을 고려하면, 박왕열은 이르면 이번 주 내 검찰에 송치될 것으로 보인다.

 

박왕열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수산물 유통업을 하던 사업가였다. 그는 필리핀에서 들여온 생참치를 국내 백화점에 납품하고 ‘참치 해체쇼’ 등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사업 실패와 사기 사건을 겪으면서 범죄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왕열은 1조 원대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인 IDS홀딩스에서 모집책으로 활동하다 수사망이 좁혀지자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이후 현지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던 그는 2016년 10월, 국내에서 150억 원대 투자 사기를 저지르고 도피 중이던 일행 3명에게 접근했다.

 

박왕열은 도박 수익금 분배 문제로 갈등을 빚다 이들을 결박한 뒤 총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피해자들이 소지했던 100억 원대 자금은 그의 손에 넘어간 뒤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그는 사건 이후 필리핀에서 체포됐으나, 2017년 3월 수감 중 탈옥했다. 약 3개월 뒤 다시 붙잡혔지만, 2019년 10월 법정 출석 과정에서 또다시 탈옥해 약 1년간 도주했다.

 

이 기간 텔레그램에서 ‘전세계’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국내에 ‘바티칸 킹덤’이라는 조직을 구축했고, 이후 재검거 돼 복역 중에도 마약 유통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