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2025년 4분기 환율방어 225억弗 썼다

34조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원화, 달러보다 2배 빠르게 절하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 상승 영향
“시장 괴리 심해지면 대응 나설 것”

환율이 1400원 후반대로 치솟은 지난해 4분기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약 225억달러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순매도 기록이다.

 

한국은행이 31일 공개한 ‘시장안정조치 내역’에 따르면 외환당국은 지난해 4분기 총 224억6700만달러(약 34조3700억원)를 외환시장 안정에 쏟아부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17억4500만달러 순매도보다 207억2200만달러 늘어났으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당국의 외환 순매도 규모는 지난해 1분기 29억6000만달러에서 2분기 7억9700만달러로 줄었으나 4분기에 급격히 불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외화 위·변조 대응센터 직원이 미국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4280억5000만달러로 9월말(4220억2000만달러)보다 60억3000만달러 증가했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외환보유액은 운용 수익·외국환평형채권 발행 등 여러 변동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국장은 이날 원·달러 환율이 1530원선을 뚫은 데 대해 “달러에 비해 원화가 2배 정도 이상 빠르게 절하되는 상황이기에 굉장히 긴장감을 갖고 보고 있다”며 시장에서 괴리가 심해지고 한쪽으로 쏠림이 뚜렷해지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원화의 절하폭이 다른 통화에 비해 상당히 빠르다”며 “외국인 주식 자금이 나가는 속도가 빨랐기에 환율 수급 측면에서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게 분명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현재 환율에 큰 우려는 없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환율 수준이 위기와 직접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달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달러 유동성 상황이 어떤지가 더 중요한 요소”라며 “달러 스와프 시장 같은 경우 차익거래 유인이 지금 굉장히 눌려 있거나 마이너스까지 나타나는 상황이어서 달러 자금을 조달·운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부연했다. 신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환율 상승이 금융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신 후보자는 “환율 레벨(수준) 자체는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며 “환율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리스크를 수용할 수 있는 금융 제도인가에 대해서는 지금 큰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

 

윤 국장은 4월부터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국내시장복귀계좌(RIA) 등 수급대책의 작동, 경상수지 흑자 등이 외환 수급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글로벌 신용평가사 등 대외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외환보유액·대외순포지션 등이 대외부문 충격이 왔을 때 흡수하기에 버퍼(여유)가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중앙은행이 중동 사태 이후 환율이 급등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구두개입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행이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서는 “양국이 서로 관행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윤 국장은 “우리는 구두개입과 관련해 신중하게 판단하고 하는 상황이라 구두개입성 발언을 자주하지는 않는다”며 “이것이 시장을 경계감 있게 안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윤 국장은 환율 상승의 영향에 대해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수입 원자재를 가져다가 중간재를 만들어서 대기업에 납품하기에 이런 기업들이 마진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며 “환율이 많이 오르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취약계층이 더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거시적으로는 물가상승과 연결된다”며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은 중동 사태로 유가가 오르고 통화 가치가 절하되니 올해 금리를 내리기로 했는데 올리는 방향으로 바꿨다. 환율이 물가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면 그 나라의 통화정책도 압박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