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6·3 지방선거에서 김영환 충북지사를 공천 배제(컷오프)한 결정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비슷한 이유로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의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가능성도 커 국민의힘 공천을 둘러싼 혼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공천을 책임졌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사퇴하는 등 당내 혼란을 수습해야 할 당 지도부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법은 31일 김 지사가 국민의힘 상대로 낸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민의힘이 컷오프 결정 과정에서 당헌·당규 규정을 위반했거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 중대한 하자가 있고, 이로 인해 김 지사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컷오프 후 후보 추가공모는 국민의힘 당규 위반이고 재량권을 벗어난 것으로 보이며, 심사 절차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법원은 지적했다.
김 지사는 입장문을 통해 “천 길 벼랑 위에 선 저에게 대한민국 사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셨다.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충북지사 경선은 윤갑근 변호사와 김수민 전 의원의 양자 구도였다. 조길형 전 충주시장과 윤희근 전 경찰청장 등은 앞서 김 전 의원의 내정설 등에 반발하며 공천 신청을 철회했다. 김 전 의원마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추가 공모 절차 자체가 당규 위반이라는 법원의 판단으로 저의 국민의힘 후보 자격은 상실됐다”며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경선 일정은 물론 충북지사 공천 작업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대표는 법원 결정에 대해 “2차 시험 공고가 잘못됐으니 1차 불합격한 사람을 합격시키라는 것”이라며 “여러 고민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당 차원에서 김 지사의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을 상대로 즉시 항고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천 갈등이 계속되는 와중에 이날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원 전원이 사퇴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 당사 기자회견에서 “공관위가 지방선거와 관련해 할 일은 거의 끝났다”며 “재보궐선거 공천은 지방선거 공관위에서 하는 것과 다른 차원이라 당 지도부와 제가 논의해 공관위 일괄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방선거를 60여일 앞두고 공관위가 전원 사퇴를 결정한 것은 대구시장 컷오프를 둘러싼 반발과 이 위원장 비토론이 극대화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이 재보궐선거 공천까지 맡을 경우 잡음이 더 커질 우려가 있는 데다 이 위원장이 호남 출마를 앞두고 있는 만큼 조기 사퇴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공천을 둘러싼 교통정리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 심판이 선수로 자리를 바꿨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16개 광역단체장 중 인천·충남·대전·세종·강원·울산·경남·제주 8곳의 공천을 마쳤고, 서울·충북·대구·경북·부산 5개 지역은 경선이 진행 중이다. 경기와 전북은 후보를 물색 중인 가운데 전남·광주 통합시는 이 위원장이 출마할 예정이다.
경기지사 후보로는 지도부와 공관위가 다양한 경로로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를 설득해왔으나, 유 전 의원이 불출마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차출이 무산됐다. 현재 공천을 신청한 양향자 최고위원과 함진규 전 의원의 양자 경선을 치를 것인지, 제3의 인물 영입을 시도하는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대구시장 컷오프 주자들의 설득과 재배치 문제도 관건이다. 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던 주 의원은 이날 장 대표에게 공천 결과 재검토를 촉구했다. 법원은 이르면 이번 주 중 결론을 낼 계획인데 김 지사의 가처분을 인용한 재판부가 주 의원이 낸 가처분 심의도 맡고 있어 대구시장 경선 구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 의원과 함께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흰색 어깨띠를 두른 채 대구에서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2기 공관위’를 꾸려 남은 지역과 재보궐선거 공천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당 지도부는 조기 수습을 위해 현역 중진 의원이 새 공관위원장을 맡도록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발을 위해 치러진 ‘청년 오디션’의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폭력 전과와 계엄 옹호 논란에 휩싸인 방송인 이혁재씨를 기용한 데 대해 “당이 여전히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이씨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오디션 후기를 전하며 ‘한동훈 복당’을 외친 한 참가자를 두고 “15년만 젊었어도 그거(참가자) 나갈 때 휴대폰이라도 던졌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