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악재 막아낸 반도체의 힘…수출 비중 38% '역대 최고'

3월 수출 사상 첫 800억달러 돌파…반도체 쏠림 현상 갈수록 심화
반도체 독주가 가린 전쟁 충격…유가 폭등에도 원유 수입액 5%↓

중동 전쟁 여파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사상 첫 월 800억달러 고지를 밟으며 다시 한번 강한 저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전체 수출의 약 38%가 반도체에 집중되는 등 반도체에 대한 과도한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에너지·석유화학 부문에서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타격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산업통상부가 1일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861억3천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8.3%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 최대였던 지난해 12월(695억달러) 기록을 크게 뛰어넘은 것으로, 월 수출은 700억달러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800억달러대로 올라섰다.

 

수입은 13.2% 늘어난 604억달러로 집계됐고, 무역수지는 257억4천만달러 흑자로 역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일등 공신은 반도체였다.

 

3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1.4% 폭증한 328억3천만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첫 '3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이 같은 반도체의 초호황은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로 인해 메모리 가격이 폭등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DDR4 8Gb 가격은 1년 새 863%(1.35달러→13.0달러)나 치솟았고, DDR5 16Gb와 낸드 128Gb 역시 6배 이상 가격이 오르며 전체 수출액을 밀어 올렸다.

 

그래픽=연합뉴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높은 D램(DDR4·DDR5) 단가가 유지되는 가운데 분기 말인 3월을 맞아 조업일수와 수출 물량이 크게 늘었고 특히 낸드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면서 전체 수출 급증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강 실장은 "반도체는 여러 변수가 있지만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긍정적인 추세로 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8.1%까지 확대되며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20% 전후에 머물다가 지난해 24.4%로 늘었고, 올해 들어 급격히 증가했다.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당시 20% 중후반이었음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의 '반도체 쏠림' 현상이 어느 때보다 심화한 셈이다.

 

한국 수출이 반도체에 지나치게 쏠리면서 경기 흐름 전체가 '반도체 사이클'에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호황이 이어지는 동안은 성장세가 유지되겠지만, 업황이 꺾이면 수출 전반이 위축될 수 있어서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한 3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8.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2.2%), 선박(10.7%), 이차전지(36.0%), 컴퓨터(189.2%) 등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10개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전기기기, 화장품, 농수산식품 등 유망품목 수출도 각각 3월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화려한 총액 지표와 달리 세부 지표에서는 전쟁의 충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석유제품 수출은 유가 급등에 따른 수출 단가 상승으로 금액 기준 54.9% 증가했다.

 

하지만 수출 통제가 시작된 지난달 13일 이후 휘발유·경유·등유는 각각 5%, 11%, 12% 정도 감소했다.

 

석유화학제품 수출 역시 중동 전쟁의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달 4주 차에는 수출 물량이 17% 감소했다.

 

특히 나프타는 지난달 27일 수출 제한 조치로 인해 3월 수출 물량이 22% 급감했다.

 

지역별 지표에서도 전쟁의 영향력이 극명하게 나타났다.

 

대중국·대미국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각각 64.2%, 47.1% 증가했지만, 중동 수출은 물류 차질 영향으로 49.1% 급감했다.

 

수입에서도 전쟁 영향은 뚜렷했다.

 

호르무즈 해협

유가가 급등했음에도 원유 수입액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물량 확보 차질로 인해 전년보다 오히려 5% 감소한 60억달러에 그쳤다.

 

반면 국내 설비 투자를 위한 반도체(34.8%)·반도체장비(4.4%) 등의 수입은 늘어 대외악재 속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는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전체 에너지 수입(93억7천만달러)이 7% 감소한 데 반해 비에너지 수입(510억2천만달러)은 17.9% 증가했다.

 

강 실장은 에너지 단가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적자 전환 우려에 대해 "수입 물량 자체가 물리적으로 제한적인 상황이라 당장 적자로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무역수지 흑자 규모보다 안정적인 원유 확보 자체가 더 절박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중동 전쟁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유가 상승이 이어지고 공급망 불안이 심화하는 등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