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영상 검사를 받는 경우가 늘면서 몸에 노출되는 방사선량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가 방사선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선량 기록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영상정보 시스템(RIS) 등과의 체계적 연계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의 ‘방사선 의료장비의 피폭선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영상검사 건수는 연간 7.7건(질병관리청 실태조사 인용)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과 비교해 약 29% 급증한 수치다.
이에 따라 개인이 받는 연간 평균 유효선량도 3.13맨시버트(mSv)로 나타나 같은 기간 14.3% 증가했다. 유효선량이란 방사선이 인체 각 장기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해 전체적인 위험도를 하나의 숫자로 나타낸 단위를 말한다. 국민 전체의 집단 피폭량 역시 2020년 12만7524mSv에서 2023년 16만2106mSv로 약 27%가량 늘어났다.
특히 컴퓨터단층촬영(CT)의 피폭 편중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CT는 전체 영상검사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에 불과하지만, 국민 전체가 받는 집단 피폭량에서는 무려 67.3%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일산병원의 사전 분석 자료를 통해 반복적인 검사로 인해 연간 누적 피폭량이 250mSv를 넘긴 환자가 12명이나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이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제시한 권고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암 발생이나 유전적 이상, 백내장 등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을 무시할 수 없는 단계다.
현재 우리나라는 환자가 받는 방사선량이 적절한지 판단하기 위한 권고 기준인 진단참고수준(DRL)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고시 형태의 강제성이 없는 기관별 자율 기준에 의존하고 있으며 환자의 선량 기록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영상정보 시스템(RIS) 등과의 연계도 부족한 실정이다.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적극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유럽은 별도의 법적 구속력을 지닌 지침을 통해 방사선 안전 기준을 통합 관리하고 있으며 미국은 법률 지정 외에도 의료보험(메디케어) 지불 감액 정책과 민간 레지스트리 활용을 통해 장비 성능 관리를 유도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진단참고수준의 법제화와 더불어 영상정보 시스템(RIS) 등과 연계된 통합 선량 관리 시스템(DMS) 구축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노후 장비의 교체를 지원하고 지역 간 장비 성능 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