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불평등 실태를 꾸준히 추적하며 국제사회에 정책 변화를 요구해 온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 코리아가 ‘2026 옥스팜 도넛 보고서: 더 공정한 사회를 위한 선택’을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처음으로 국내 학자와 전문가가 참여해 한국의 불평등 현실을 본격적으로 진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한국의 불평등은 선진국 가운데 높은 수준이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2023년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4%, 자산의 25.6%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상위 10% 대비 하위 40% 소득 비율인 팔마비율은 2009년 2.4배에서 2023년 4.1배로 급등했다. 자산 불평등은 더욱 심각하다. 상위 20% 가구는 전체 순자산의 63%를 보유하며, 다주택자 상위 20%가 전체 주택의 78%를 차지한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사회학
지난 30년간 국내총생산(GDP)은 3배 성장했지만, 성과는 소수에게 집중되었다. 상위 10% 가구의 소득은 하위 10%의 20배에 달하고, 소득 하위 10% 가구에서 태어난 아이가 평균소득 수준에 도달하는 데 약 150년이 걸린다. 출산 10년 후 여성의 임금은 남성보다 33.4% 낮아진다. 관리자와 이사회에서 여성은 6명 중 1명, 국회의원 중 여성은 5명 중 1명이다.
교육 역시 공정한 출발선이 아니다. 사회경제적 배경 상위 10% 학생은 하위 40% 학생보다 사교육비를 2배 이상 쓴다. 의대 및 최상위권 대학에 가는 학생의 가구 소득은 대학 미진학 가구보다 거의 2배 많다.
기후위기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월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는 100만원 미만 가구보다 열에너지 사용량이 4배에 달하는 반면, 기초생활수급자 10명 중 6명은 기후변화로 인한 추가 생활비 부담을 겪고 있다.
이러한 지나친 불평등은 다양한 차원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평등은 건강, 자존감,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자원, 인간으로서의 역량 등을 손상시킨다. 가난할수록 건강이 나쁘고, 행복감이 낮고, 일찍 죽는다.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회경제적 차원의 남녀 격차가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다. 청년세대의 고용, 주거, 교육의 불안은 출산율을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리며 사회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한다.
이 보고서는 불평등이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라 정책 선택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하위 40%에 대한 공적 이전을 확대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공공사회 지출을 확대하면 불평등이 단기간에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국가 불평등 감소 계획’을 세우고, 지니계수는 0.3 미만, 팔마비율은 1:1 이하로 낮춰야 한다. 그러면 중장기적 차원에서 경제성장, 기술혁신, 사회 이동성, 삶의 질에 긍정적 변화가 생겨날 것이다. 많은 국가가 유엔과 협력해 가난의 구조적 해결을 위한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불평등 감소 없이는 빈곤을 근본적으로 퇴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년 출간될 ‘한국의 불평등 실태 보고서’를 많은 사람이 읽고,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중 10번인 불평등 감소, 기회 평등, 차별 종식을 위한 행동에 동참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