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상황은 각별히 속도에 유념해야 할 것 같다. ‘안 된다’, ‘어렵다’ 이렇게 얘기하지 말고, 되는 방법을 찾는 데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 일주일 전 국무회의에서도 재생에너지 보급과 관련해 “양도 늘리고 속도도 빨리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 국무회의 하루 전 경북 영덕풍력발전단지 내에서 풍력발전기 정비 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직원 3명이 화재 사고로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사고가 난 풍력발전기 19호기를 포함해 이 단지 내 발전기 총 23기는 2004∼2005년 준공돼 가동한 지 20년이 지난 노후 기기였다. 풍력발전기 설계수명은 대개 20년이다. 이 단지에선 이 사고 불과 49일 전에도 풍력발전기 21호기의 타워구조물(기둥) 쓰러짐 사고가 있었다.
이재명정부가 탈탄소 전환·에너지 수급 위기 해소 등을 위해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높이는 데 연일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영덕단지 사고는 그간 정부가 사실상 등한시해왔던 풍력발전의 안전관리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정부가 풍력을 불과 4년 내 2030년까지 현 수준의 7배 이상, 2035년에는 15배 이상까지 끌어올린다는 도전적 목표를 세운 만큼 노후 기기 점검 의무 강화, 지자체 관리 권한 확대, 정비 인력 양성 등 안전관리 부문에서 장기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도 늘고 있다. 2021∼2024년만 해도 아예 없거나 한 해 1∼2건씩 발생하다가 지난해 3건 있었다. 올해는 이제 막 1분기가 지났는데도 최근 영덕풍력단지에서 연거푸 발생한 사고를 포함해 4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사고 3건 중 1건(강원풍력발전단지 31호기 나셀 화재사고)이 가동 15년 이상 노후 발전기 사고였지만, 올해는 4건 중 3건이 노후 발전기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풍력발전 사고 대부분은 화재다.
최근 5년간 발생한 11건 중 8건이 화재였고, 나머지 2건은 쓰러짐, 다른 1건은 파손 사고였다. 영덕단지 19호기 화재 사고의 경우 고층건물 화재진압용 소방차까지 동원해 약 74시간 만에야 완진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화재 사고의 경우 풍력발전기 특성상 진화 난도가 높은 만큼 대규모 발전단지 부근에는 특수장비를 갖춘 소방인력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산불로 번져 삽시간에 피해 규모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보통 육상풍력의 경우 산 꼭대기에 있다 보니까 불이 나도 소방인력이 접근하기 까다로운 경우가 허다하다”며 “노후단지 부근에 고공 진화가 가능한 장비와 함께 특수 목적 소방대를 상주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풍력발전기의 경우 소방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소화설비 설치를 제조사나 발전사업자 판단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는 문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구멍’난 풍력 안전검사
사고를 예방하는 점검 체계도 필요한데 그간엔 사실상 발전사업자에 모두 맡겨놓은 채 정부가 방관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발전사업자가 1년마다 풍력발전기 점검을 시행하지만 성능 검사에 치우쳐 사실상 안전 문제가 도외시된 처지다. 발전사업자 자체 검사 외 준정부기관인 한국전기안전공사 정기 검사가 있지만 3년 주기라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2월2일 영덕단지 내 타워 쓰러짐 사고 이후 전기안전공사가 가동 20년 이상 지난 80기 등 총 114기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안전점검에서 20% 이상인 26기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실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적합 판정이 떨어진 발전기 중 16기는 연내 철거 결정이 떨어졌다. 사고가 난 영덕단지 내에서도 6기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 단지가 특별점검 전 전기안전공사 정기 검사에서 합격을 받은 건 2023년 9월이었다.
결국 현행 점검 체계로는 ‘부적합 풍력발전기’를 걸러내지 못하고 있었단 걸 보여준다. 전기안전공사 검사 주기를 당기거나 발전사업자 검사 외 각 지자체가 직접 안전 검사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범수 제주대 풍력공학부 교수는 “관할 지자체가 발전사업자에게 시설 관리 등 사유가 확인될 때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며 “지자체가 전문성 있는 기관을 통해 1년 주기로 발전사업자 자체 검사와 수리 이력을 검토하게 해 적정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확인되면 발전사업 허가 연장 불허 등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했다. 기후부는 현재 풍력발전 안전관리 제도 보완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