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새 28.8원 급락 ‘롤러코스터 환율’… “하락 국면” “안심 일러” [美·이란 전쟁]

종전 기대감 속 엇갈린 진단

1540원 육박하다 1501.3원 마감
전문가들, 1400원∼1560원대 예상

“유가 안정 땐 내릴 것” 긍정 전망
“당분간 불확실성 계속” 신중론도

‘국내시장 복귀계좌’ RIA 5.7만개
달러예금은 한달새 60억弗 감소
3월 해외주식 순매수 절반으로

1540원대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이 이란 전쟁 종전 기대감이 커지면서 하루 만에 15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고공행진하던 환율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보는 한편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도 제기했다.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는 전날 미국과 이란 대통령의 잇따른 종전 언급에 반응하며 달러가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주간거래 종가보다 21.6원 내린 1508.5원으로 출발한 뒤 1501.3원에 주간거래(오후 3시30분)를 마쳤다.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지수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뉴스1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환율 상승의 주된 원인이 이란 전쟁과 고유가였기 때문에, 종전 선언과 함께 유가 안정세로 돌아선다면 환율도 본격적으로 하락 전환할 것”이라며 이달 환율 예상치를 1470∼1540원으로 제시했다. 환율 상방 변동성이 커질 경우 상승 속도 제어를 위해 구두 개입 등의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관측이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으로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유입이 예상되는데, 기존 채권투자 자금과는 달리 WGBI 자금은 장기채 위주 환오픈 투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율 하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도 “원화 기초체력은 건실하기에 현 시점에서 환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원화는 다른 통화보다 불확실성을 반영하는 기간이 긴 반면 불확실성 해소라는 마침표가 찍히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누구보다 빠르다”고 분석했다. 2022년 코로나19 때 중국이 대도시 봉쇄를 풀자 환율이 상승 때의 두세 배 속도로 급락한 전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긴장을 풀 때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전날 이란에서 나온 ‘전쟁 종결 의지’의 주체가 실권을 쥔 혁명수비대가 아니라며 “정책으로 전환되려면 혁명수비대 동의가 필요한데 지금은 물러설 의지가 없다”고 짚었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도 “환율이 하락 추세로 전환했다기에는 이란 사태가 확실히 마무리된 것이 아니기에 당분간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지금까지 헤드라인 하나에 10원, 20원씩 등락했지만 향후에는 악재성 뉴스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면서 적응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엔 환율 상단이 1550∼1560원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확전 가능성은 이전보다 줄었지만 종전 조건에 대한 합의가 진행 중이기에 아직은 진정국면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지상군 투입에 따른 정치적 여론과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하면 4월 중에 합의는 완료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달 환율을 1470∼1550원으로 예상한 이 위원은 “전쟁 장기화라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당국이 실개입을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당국 개입 없이 대외 이슈에 연동되는 4월 장은 상단을 좀 크게 열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환당국과 금융 전문가들은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를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한 국내시장 복귀계좌(RIA)가 외환수급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날 국내 10개 대형 증권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이들 증권사에 개설된 RIA 계좌는 총 5만7000여개에 달했다.

 

최근 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이례적으로 60억달러 가까이 줄었다. 환율이 오를 만큼 올라 추가 상승 가능성이 낮다는 투자자들의 판단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30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달러예금 잔액은 총 598억7825만달러로 집계돼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올해 2월 말(658억4336만달러)보다 9.1% 감소했다. 이날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서학개미의 3월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는 15억1000만달러로 2월 38억5000만달러보다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8월 이후 최소 수준이다. 해외주식 보관 잔액 역시 전월보다 186억달러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