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종·성장·수확… 농사는 1년의 과정 담은 콘텐츠”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포도·순무 재배하는 청년농 손현정씨

못난이 포도가 와인으로 변신
‘치유농업’으로 부가가치 창출

“농업은 단순히 생산으로만 볼 게 아니라 파종과 성장, 수확이라는 1년의 과정을 담은 콘텐츠라 생각합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스스로 회복했던 부분을 ‘치유농업’과 연결하면 농업이 중심인 또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인천 강화도에서 1600평 규모로 포도와 순무를 재배하는 손현정(40)씨는 “농업은 생산이라는 가치 외에도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현정씨는 모양이 예쁘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포도에 ‘서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를 와인으로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손현정씨 제공

그는 서울에서 13년간 유통업계 바이어(MD)로 일하던 중 코로나19 시기 강화도로 ‘일 년 살이’를 계획하며 농촌과 인연을 맺었다. 이 경험은 청년농업인으로 새 삶을 시작해 보자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귀농귀촌 정책자금을 활용해 토지를 매입하면서 기반을 마련한 이후 청년창업형 후계농업경영인에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농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포도 재배에 집중했으나, 농사를 경험하면서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도 상품적 가치를 지녔다는 점을 발견하고 치유농업을 접목했다. 치유농업은 농업·농촌자원을 활용해 심리·사회·신체적 기능 회복을 돕는 활동이다. 그는 “서울에서 원예치료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실내 활동에 제한이 많았다”며 “귀농 후 1년 동안 식물이 자라는 전 과정을 경험하다 보니 이 과정을 콘텐츠로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포도의 품질은 좋으나 모양이 망가져 상품성이 떨어지는 이른바 ‘못난이’ 과일에도 가치를 부여했다. 손씨는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못난이나 B급이라고 불리는 게 싫어서 이들에게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못난이 대신 서글서글한 포도라는 의미로 ‘서글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와인으로 만들어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무농약 포도로만 와인을 만드는 양조장과 협업해 250병을 처음 생산했다.

그는 “땅과 작물로만 승부를 보겠다고 하면 영농을 지속하기 쉽지 않다”며 “농업이 품고 있는 많은 가치를 발굴하고 상품화하면 소득 측면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원정책도 초기 지원에 머물지 말고 ‘넥스트레벨’을 염두에 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40대가 되면 청년 지원정책에서 배제되고, 영농 초기 단계를 벗어나 기반이 잡혀도 지원을 받기 쉽지 않다”며 “청년과 어르신 중간에 있는 계층을 지원하고, 영농 기반이 잡힌 후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사다리 역할의 지원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