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은 희생자의 목숨만 앗아간 비극이 아니었다. 남겨진 가족의 삶과 이름까지 바꿔 놓았다. 고계순 어르신은 그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왔다. 친아버지가 4·3사건으로 희생된 뒤 그는 작은아버지의 자녀로 살아야 했다. 하지만 올해 2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의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결정에 따라 고 어르신은 처음으로 친아버지의 자녀로 등록됐다.
이 같은 사연은 제주 4·3의 상흔이 현재까지도 유족들의 삶에 깊게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제78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을 열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한편, 유족의 명예회복이 지닌 의미도 되새길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에서 ‘4·3의 역사는 평화를 품고 역사의 기록은 인권을 밝히다’를 주제로 추념식을 개최한다. 행사에는 4·3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 등 2만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추념식은 4·3 희생자 영령을 위한 묵념과 헌화·분향, 국민의례, 유족 사연, 추모 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10시부터는 1분간 제주도 내 전역에 묵념 사이렌이 울릴 예정이다.
추모 공연에는 바리톤 고성현의 무대와 제주도립합창단, 4·3 평화합창단, 어린이합창단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행안부는 현재까지 4·3 희생자 1만5218명, 유족 12만8022명 등 총 14만3240명이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인정됐다고 밝혔다.
윤호중 장관은 “제주4·3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가장 아픈 상처이자 잊어서는 안 될 비극”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희생자분들의 신원확인과 유해봉환 등에 힘써 유가족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보듬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