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노동신문 ‘혈세 논쟁’을 끝내자

통일부가 최근 홈페이지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열람할 수 있는 전국 79개 기관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30일 노동신문을 특수자료에서 일반자료로 재분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는 북한 웹사이트 60여개에 대한 접속 차단 해제도 추진한다.

처음에는 ‘혈세 논쟁’이 불거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왜 세금으로 북한 선전물을 보게 하느냐”는 반발이 나왔고, ‘180여개 기관이 세금으로 노동신문을 구입하고 있다’는 가짜뉴스도 퍼졌다. 그러나 사실과 다르다. 이미 수집·보관해온 자료의 이용 범위를 조정한 것이란 점에서다. 통일부는 “재분류 조치로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예산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채원 외교안보부 기자

정부는 공개 취지를 국민의 정보 판단 역량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9일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한 노동신문을 국민에게 못 보게 막는 이유는 국민이 (북한의) 선전에 넘어가서 빨갱이 될까 봐 그런 것 아닌가”라며 “(이런 자료를 보면) 오히려 북한의 실상을 정확하게 이해해서 ‘아 저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보 차단보다 공개가 오히려 비판적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올해 1월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은 시민이 정보를 선택하고 판단하는 데 있다”며 “적어도 북한 정보와 관련해 정부는 모두 볼 수 있는데 국민은 안 된다는 관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개방 명분과 별개로 일반 국민 입장에선 왜 지금 북한 정보 접근성을 확대해야 하는지는 잘 와닿지 않는다. 물론 과거 보수 정부에서도 추진했던 일이라니 지금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충분한 논의와 공감대 없이 북한 정보 개방이 이뤄지면 정책 실효성보다 ‘혈세 논쟁’만 남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수요가 크지 않다. 일부 연구자나 북한을 취재하는 기자를 제외하면 일반 국민이 노동신문을 직접 찾아 열람하는 일은 많지 않다. 더구나 온라인에서는 이미 해외 사이트나 우회 접속 등을 통해 노동신문을 확인할 수 있는 경로가 존재한다. 웹사이트도 개방 초기에는 이용자가 일시적으로 많아질 수 있겠지만, 증가세가 지속될 지도 의문이다.

여론 지표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통일연구원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북한에 대해 ‘관심 없다’는 응답은 2015년 50.8%에서 2025년 68.1%로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남북관계 부침과 무관하게 무관심이 구조적으로 확대돼 온 결과다. 통일 필요성에 대한 인식 역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70%를 넘었던 긍정 응답은 최근 49% 수준까지 떨어졌다. 결국 일종의 “수요 없는 공급”에 가깝다.

다수 국민이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사안에 북한 정보라는 특수성이 더해지면 이념 논쟁으로 이어지기 쉽다. ‘세금으로 북한 신문을 산다’는 노동신문 혈세 논쟁 역시 이 프레임 속에서 반복되는 측면이 있다. 체감되는 효과는 작고, 논쟁만 커질 수 있다.

북한 정보 개방 자체가 문제라는 게 아니다. 북한 웹사이트 개방이 가져올 실질적 효과와 잠재적 위험은 무엇인지, ‘일반자료’들까지 우회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현행 구조는 타당한지, 부작용이 있다면 최소화할 관리 방안은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가 보다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정책 성패는 개방 여부가 아니라, 개방 이후를 감당할 정교한 설계와 설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