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약 18분 동안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종전 구상 등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제시하지 않은 채 “종결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만 주장했다.
대이란 전쟁을 압도적인 군사적 성공이라고 홍보하면서 장기화하는 전쟁에 불안감을 느끼는 미국인들에게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오후 9시(미 동부시간) 황금시간대에 한 대국민 연설에서 “오늘 밤 저는 이란에서 우리 군이 이룬 엄청난 진전을 보고하고, 왜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이 미국의 안전과 자유세계의 안보를 위해 필요한지 설명하려고 한다”는 말로 운을 뗐다. 연설 초반부터 대이란 군사작전의 성과를 하나하나 나열하며 미국에 왜 전쟁이 필요했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했다. 해외 군사개입에 비관적인 지지자들을 의식한 행보로도 보인다.
그는 “제가 2015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첫날부터, 저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란 정권이 다수의 미국인을 살해하고 미국에 위협이 되는 존재임을 강조했다.
연설의 말미에선 이라크전쟁 8년, 6·25전쟁 3년 등 미국이 참여한 전쟁의 기간을 하나하나 거론하면서 이란전쟁이 두 번째 달에 접어들었을 뿐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2∼3주간 강력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전쟁이 한 달간 진행된 상황에서 2∼3주간 더 공격이 이어진다면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4∼6주’간의 전쟁기간은 넘기는 셈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계획과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국방부가 중동지역에 배치된 공군 A-10 공격기 전력을 18대 추가로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파견된 A-10 공격기들은 현재 이란 선박과 이란 지원 민병대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 약 12대의 A-10에 합류하게 된다. 느린 속도로 비행하는 A-10 ‘멧돼지’(Warthog)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지상군을 근접 지원하는 공격기다. 기수에 장착된 강력한 기관포는 초당 30mm 포탄 70발을 발사할 수 있다. A-10은 저고도·저속비행이 가능해 지상과 해상 목표물 상공에 오래 머무르며 작전을 수행한다. A-10의 배치는 이란의 전략적 방공망이 파괴되었거나 크게 약화하였음을 시사한다. 이 항공기는 전투기보다 방공망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의 유가 상승에 대한 미국인의 우려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단기간의 상승”이라며 “이란의 (상업 선박에 대한) 테러 공격 때문”이라고 책임을 돌렸다.
이어 분쟁이 종식되면 호르무즈해협이 열리고, 기름값이 급락하며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약간의 주가 하락이 있었지만 예상보다 대처가 잘 이뤄졌다며 경제적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도 했다.
앞서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호위 작전에 참여하지 않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한국·일본에 대해 비난한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동맹에 대한 언급은 적었다.
그는 호르무즈해협에 원유 유통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해협 관리를 맡아야 한다는 정도의 원론적 언급만 반복했다. 연설의 목적이 국내 여론 달래기에 더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동의 동맹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에 감사드리고 싶다”며 이란전쟁에 협조했거나 전쟁 과정에서 피해를 본 국가들을 일일이 거명해 눈길을 끌었다.
기존 언급을 되풀이한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 국제유가가 상승으로 돌아서는 등 시장은 부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이보 달더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미국 대사는 BBC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 능력, 해군, 미사일이 파괴되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왜 미국이 여전히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지속하는지 여러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우리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