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해협 관리를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하도록 하겠다면서 파병 요청에 바로 호응하지 않고 있는 한국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부활절 오찬 행사에서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미국의 문제가 아니라는 취지로 얘기하다가 “유럽 국가가 하게 두자. 한국이 하게 두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험지에, 핵 무력 바로 옆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했다.
‘핵 무력’은 북한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가까운 곳에 주한미군을 주둔시키며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을 돕고 있음에도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 등의 요청에 한국이 협조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일본이 하게 두자. 그들은 (호르무즈)해협에서 석유 90%를 가져온다. 중국이 하게 두자. 그들이 하게 두자”고도 했다. 다만 백악관은 해당 발언이 나온 연설 행사 영상을 유튜브 계정에 올렸다가 이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해협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에 대한 비협조를 문제 삼아 한·일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하고 있지만 이날은 유난히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해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보내지 않은 한국 등에 대해 섭섭함을 나타냈다.
정부는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외에 행정부 간 문서 등이 없었음을 들어 “공식 요청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대한 인식이 악화했다는 징후가 드러나면서 이란전쟁이 진정된 이후 정치·외교적 문제가 불거질 위험도 있다.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안팎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과 관련한 언급을 할 때 4만5000명으로 잘못된 숫자를 거론하곤 한다.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기여도를 크게 부각, 압박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관련 이슈를 앞세워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관세 인상이나 핵추진잠수함 및 원자력 협력 등의 분야에서 돌발적인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전쟁을 벌이면서도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한국 등을 상대로 과잉생산 및 생산역량, 강제노동에 의한 생산품 수입 등을 문제 삼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생긴 상호관세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