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이 초래한 각자도생 국면 트럼프, 한국에 “도움 안 됐다” 비판 통상 등 청구서 선제적 대응 나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란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이 “마무리 단계”라며 “2∼3주 안에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전쟁에서 조만간 손을 뗄 것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2∼3주 동안 강력한 타격을 이어가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란 에너지 시설 타격 등에 대한 조건부 최후통첩도 날렸다. 전쟁 발발 이후 늘 해오던 화전양면 전술로, 미국이 제시한 종전 합의안을 수용하라는 압박이다.
이란이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호르무즈해협 문제에 대해선 미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도 재차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그들(세계 각국)이 그토록 절실히 의존하는 석유를 보호하는 역할은 그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방적으로 전쟁 승리와 종전을 선언한 뒤 호르무즈해협 통항 재개는 중동산 자원에 의존하는 한국과 일본 등 이해 관계국에 떠넘길 것이란 관측을 기정사실로 한 셈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통행료 조치를 공언하고 있다. 이대로 종전이 되면 우리 경제는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호르무즈 항행 자유를 위한 국제 연대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이란과의 양자 협의도 필수다.
미국의 호르무즈 군함 파병 요청에 화답하지 않은 ‘비협조 국가’로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한 점도 우려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 앞서 백악관에서 부활절 오찬 행사를 하면서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리가 험지에, 핵 무력(북한) 바로 옆에 4만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라며 서운함을 표시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통상과 안보 차원의 청구서를 쉴 새 없이 내밀고 있다. 중동전쟁 비협조를 빌미로 한·미의 기존 합의를 넘어서는 관세를 요구할 수 있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여전히 중동 정세는 급변하고 상황은 유동적이다. 그제 미국과 이란 양측이 공개적으로 종전에 대한 의지를 피력해 전쟁 이후 곤두박질쳤던 증시가 반색했지만,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진정국면을 보이던 환율도 다시 반등했다. 중동전쟁을 계기로 에너지 안보는 생존의 문제라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공급선 다변화와 에너지 믹스 조정은 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가 됐다. 각자도생의 국제 관계가 향후 한·미동맹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자폭 드론이 다급한 이란이 북한과의 군사적 밀착을 추진하려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 역시 경계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