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성지의 함성은 잦아들었고, 열광이 떠난 자리엔 차가운 ‘침묵’만 고였다. 한국 축구의 심장과 같았던 국가대표팀이 이제 비난보다 잔인한 ‘무관심’의 심판대 위에 섰다.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라는 경고는 ‘홍명보호’를 덮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월드컵이라는 거사를 앞두고도 팬들은 응원 대신 채널을 돌렸고, 경기장은 외면의 빈자리로 채워지고 있다.
최근 유럽 원정 2연전에서 나타난 수치는 가히 충격적이다. 지난달 28일 토요일 밤 11시, 비교적 시청이 용이한 시간대에 열린 코트디부아르전(0-4 패)의 합산 시청률은 4.7%(tvN 2.6%, TV조선 2.1%)에 그쳤다. 이는 직전 가나전 시청률인 8.5%의 절반 수준이다.
더 심각한 대목은 1일 열린 오스트리아전(0-1 패)이다. 취재 결과 해당 경기의 합산 시청률은 1.1%까지 추락했다. OTT 시청 층을 고려하더라도 지상파와 케이블을 넘나들며 전 국민적 관심을 받던 과거의 위상과 비교하면 사실상 ‘시청 거부’에 가까운 수치다.
현장의 냉기는 더욱 노골적이다. 수년간 ‘매진 사례’를 이어오던 홈 A매치 흥행 불패 신화는 깨진 지 오래다. 지난해 3월 고양 오만전(3만5212명)을 시작으로 균열이 가더니, 6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전은 4만1911명에 그쳤다.
백미는 10월 파라과이전이었다. ‘축구 성지’라 불리는 서울에서 열렸음에도 관중 수는 정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만2206명에 불과했다. 축구계는 이를 단순한 성적 부진을 넘어선 ‘흥행 참패’이자 대표팀을 향한 민심의 이반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정몽규 회장과 홍 감독을 향한 민심에 '시간이 약'이라는 안일한 태도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무대책으로 보낸 시간은 해답이 아닌 '무관심'이라는 더 지독한 병증으로 돌아와 대표팀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전날 유럽 원정 2연전에서 무득점·5실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귀국한 홍 감독은 본선 경쟁력에 대해 여전히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 감독은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포지션 조화와 선수 구성에 대한 실험을 모두 마쳤다”면서 “전술적으로는 어느 정도 완성이 됐다고 생각한다”는 의외의 진단을 내놨다.
팬들의 차가운 시선과는 온도 차가 컸다. 특히 0-4 참패를 당한 코트디부아르전에 대해 홍 감독은 “본선에서는 실점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교훈을 얻었다”면서도 패인을 전술이 아닌 ‘피지컬’에서 찾았다. 그는 “경기 중 휴식 시간 이후 선수들의 운동능력이 급격히 저하된 것을 데이터로 확인했다”며 “22분 훈련 후 3분 휴식 등 본선 맞춤형 특수 훈련법을 고민할 것”이라는 공학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다만 홍 감독은 최근 예리함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는 ‘캡틴’ 손흥민(LAFC)에 대해서는 굳건한 신뢰를 보냈다. 오스트리아전에서도 결정적인 한 방을 보여주지 못한 손흥민을 두고 홍 감독은 “손흥민은 우리 팀의 중심이며, 그 존재를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베테랑이자 주장으로서 역할을 아주 잘하고 있다”며 ‘에이징 커브’ 논란을 일축했다.
중원의 핵 황인범(페예노르트)의 빈자리를 메운 김진규(전북 현대)와 백승호(버밍엄)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제 역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5월 최종 엔트리 발표와 관련해 홍 감독은 “시즌 막바지 부상과 체력 관리가 가장 염려된다”며 남은 기간 K리그 현장 점검을 통해 월드컵에 나설 최종 명단을 확정 짓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