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이번엔 ‘막힌 바닷길 뚫기’ 노하우 전수 제안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 의식한 듯
“러시아와 전쟁 중에도 흑해 수로 지켜내”
앞서 중동 국가들과 ‘드론 기술 공유’ 논의

우크라이나가 중동 전쟁과 관련해 갈수록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4년 넘게 싸우며 얻은 ‘전쟁의 노하우’를 우방국들에게 전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란 전쟁 발발 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진 현실을 타개하려는 고육책의 성격이 더 짙어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대국민 동영상 연설에서 최근 안드리 시비하 외교부 장관이 호르무즈 해협 운항 재개를 위한 국제 화상 회의에 참석한 사실을 소개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개시 후 이란군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유조선 등 상선들의 통과를 가로막는 중이다.

 

젤렌스키는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려는 국가들에게 흑해에서 항해의 자유를 다루는 우크라이나의 전문성을 제공하겠다”며 “우크라이나는 해상 수로의 안전, 그리고 꽉 막힌 해상 교통의 재개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좁은 해협을 통해 지중해와 연결된 흑해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튀르키예, 루마니아 등 국가들로 둘러싸여 있다. 농업이 발달한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된 밀 등 곡물이 이 흑해를 통해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등지로 수출된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흑해를 교전 구역으로 설정하고 화물선 등의 통행을 차단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이란의 공격용 드론 ‘샤헤드-136′이 비행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에 우크라이나 군대는 해상 드론을 포함한 여러 무기를 동원해 흑해에서 활동 중인 러시아 해군 함정들에 큰 타격을 입혔다. 로이터 통신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해군을 상대로 거둔 주목할 만한 성공 덕분에 러시아 정부의 흑해 수로 통제 시도는 불발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미국에 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이란의 무차별 공격에 노출된 상태다. 이란이 쏜 미사일과 드론이 사우디, UAE 등에 소재한 미군 기지는 물론 에너지 인프라 시설까지 타격하며 사상자가 발생하자 GCC 회원국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이들 GCC 국가에 자국의 발달한 드론 전투 기술을 전수하겠다고 제안했다. 러시아와 오랜 기간 전쟁을 치른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 세계에서 군사용 드론 관련 기술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드론 노하우를 공유하는 대신 중동 산유국들로부터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목표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우디 등 순방을 다녀온 젤렌스키는 “우리는 사우디, UAE, 카타르, 요르단과 협력하고 있다”며 “바레인, 쿠웨이트, 이라크와도 접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의 관심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어떻게든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지원을 이끌어내야 하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고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