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먹는 약’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주사제 위주였던 시장에 경구용 치료제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경쟁 구도가 본격적으로 바뀌는 모습이다.
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경구용 비만치료제 ‘파운다요(오포글리프론)’에 대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앞서 노보노디스크가 경구용 ‘위고비’를 선보인 데 이어 릴리까지 가세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은 주사제 중심에서 경구용 경쟁 체제로 전환되는 양상이다.
◆‘주사에서 알약으로’...비만치료제 판도 전환
파운다요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하루 한 번 복용 방식의 치료제다. 서류 제출 50일 만에 허가를 받아 신물질신약 가운데 가장 빠른 승인 사례로 기록됐다.
경쟁의 핵심은 ‘복용 편의성’이다. 기존 경구용 위고비는 공복 상태에서 복용 후 일정 시간 음식과 물을 섭취하는 것을 제한해야 하지만, 저분자 기반의 파운다요는 식사 여부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가격도 월 149달러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약효 경쟁도 치열하다. 릴리 임상에서는 72주 복용 시 평균 12.4%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됐고, 노보노디스크는 경구용 위고비로 평균 16.6% 체중 감량 데이터를 확보했다.
다만 경구용 치료제는 기술적 한계도 존재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주사제 대비 체내 흡수율이 낮아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하고, 복약 조건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그러다보면 가격 경쟁력을 맞추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주사제는 일주일에 한 번 맞는데 알약은 매일 먹어야 하니까 복용이 쉽지가 않아서, 먹는 비만약이 나와도 시장의 한 20∼30% 정도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부연했다.
◆한미·일동 속도전…K제약 추격 본격화
국내 제약사들도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의 ‘먹는 비만약 경쟁’에 맞춰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GLP-1 기반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개발 중으로, 국내 임상 3상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하고 올해 하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약물이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되는 방식으로 위장관계 부작용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라며 “심혈관·신장 질환 위험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후보물질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체중 감량과 함께 근육 감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지면서 향후 경쟁의 초점도 ‘체중 감소 + 건강 개선’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 1상 주요 데이터를 공개했다. 2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도출과 비임상, 임상 단계를 거치는 데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현재 성과 역시 이전부터 축적된 연구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제약업계에서 비만치료제는 당뇨병 등 대사성 질환과 연계된 확장성이 큰 분야로 평가된다. 환자 증가와 함께 치료 영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비만·당뇨 등 대사질환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되면서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도 통화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치료제가 잇따라 출시되며 시장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며 “시장 확대에 따라 국내외 제약사들의 진입도 더욱 늘어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