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10개월 간 소녀상에 가해졌던 ‘위협’…철창 열렸지만 ‘완전 해방’은 아직

극우단체의 위협에서 보호하기 위해 평화의 소녀상 앞에 쳐졌던 바리케이드가 6년 만에 열렸다.

 

종로경찰서는 지난 1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주최하는 제1746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앞서 평화의 소녀상 앞에 설치했던 바리케이드를 철거했다.

정의기억연대 관계자들이 1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시위에 앞서 평화의 소녀상 주변을 청소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시위 전 위안부 모욕시위 등으로부터 소녀상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5년10개월 만에 철거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평화의 소녀상 앞 바리케이드가 열린 것은 2020년 6월 이후 5년10개월 만이다. 바리케이드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정의연이었다. 당시 정의연은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등 극우단체들이 연일 위안부 관련 반대 시위를 진행하는 상황에 우려해 종로구청, 종로경찰서 등에 소녀상 보호를 요청했다.

 

실제 물리적 피해까진 이어지지 않았지만, 해당 시위를 벌여 온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측의 발언이 모욕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 대표 측은 2019년 12월부터 수요시위가 열리던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 ‘맞불 집회’를 열며 “위안부는 매춘”, “위안부와 정의연 등이 ‘사기’를 벌이고 있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정의연은 이에 대해 2022년 3월 김 대표가 피해자를 모욕하고, 수요시위 장소에 스피커를 설치해 비명을 송출하는등을 집회를 방해한 건에 대해 명예훼손∙모욕 혐의로 고소했으나 수사가 4년이나 공전하는 등 좀처럼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극우단체의 맞불 집회는 다른 곳으로도 이어졌다.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전국을 돌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주장했다. 강원도 춘천 춘천여고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위안부는 사기”라고 주장했다. 서초구 서초고와 성동구 무학여고 등에서는 ‘교정에 위안부상 세워놓고 매춘 진로지도 하나’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집중 수사관서를 맡은 서초서로 전국 사건을 병합했고, 지난달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사자명예훼손, 아동복지법 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김 대표를 구속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한 혐의를 받는 김병헌 위안부법폐지운동본부 대표가 지난 2월4일 청와대 인근에서 자신을 비판한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단체의 활동에 대해 “얼빠진 사자명예훼손”, “짐승은 사람으로 만들든지 격리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오른쪽부터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김 대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에 이를 두고 “인면수심”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억지로 전쟁터에 끌려가 죽임의 공포 속에서 매일 수십 차례 성폭행당하고, 급기야 학살당하기까지 한 그들의 고통에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그리 잔인할 수 있느냐”며 “억울한 전쟁범죄 피해자들을 동정하지는 못할망정, 수년간 전국을 쏘다니며 매춘부라 모욕하는 그 열성과 비용, 시간은 어디서 난 것이냐. 표현의 자유도 한계가 있다. 내 자유만큼 타인의 자유도 있고 공동체에는 지켜야 할 질서와 도덕, 법률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구속되면서 오랜 시간 바리케이드에 둘러싸였던 평화의 소녀상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1일 수요시위를 찾은 소녀상 제작자 김서경 작가와 정의연 관계자들이 소녀상을 점검한 결과 머리 부분 등에 칠이 벗겨지거나 이끼가 끼는 등 손상이 확인됐다.

 

6년 만에 시민들 앞에 모습을 보였지만, 완전한 해방은 아니었다. 경찰은 김 대표 보석 가능성 등을 검토하면서 이달 수요시위가 진행되는 동안만 바리케이드를 한시적으로 철거하기로 했다. 이달 마지막 주 전면 철거와 소녀상 보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작가는 다시 바리케이드가 설치되는 것을 두고 “(소녀상이) 다시 감옥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라 마냥 기쁘진 않다”고 전했다.

바리케이드가 설치된 시기 평화의 소녀상 모습. 뉴시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임시로라도 바리케이드가 걷혀 기쁘지만, 완전히 철거돼 더 많은 시민이 소녀상과 함께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시민 관심이 높아진다면 위협 시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연은 완전 개방 후 소녀상 보호를 위해 경찰과 구청에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