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값 급등에 비상 걸린 신흥국… 재고 쌓아둔 韓 “협력 확대할 전략적 기회”

중동전쟁 발발 후 중동 내 요소값 40% 올라
3∼4월 파종 앞둔 신흥국 충격 커질 듯
“신흥국과 상호보완적 협력을 확대 기회”

중동전쟁 이후 요소비료 가격 상승 충격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이 이를 신흥국과의 협력을 확대할 전략적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미-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비료 가격 상승이 주요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전쟁 발발 이후 대표적인 질소비료인 요소의 경우 전쟁 발발 후 중동 내 거래가격이 40% 이상 상승했다. 전세계 암모니아와 질소비료 수출 중 중동 8개국의 비중은 각각 19.4%, 21.5%이고, 세계 비료 교역량의 3분의1이 호르무즈 해역을 지나기 때문이다.

중동전쟁 이후 비료 원료 수급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7월 말까지 사용 가능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1

보고서는 이번 비료 가격 상승에 따른 여파가 신흥국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다가올 것으로 예상했다. 비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대부분의 주요 신흥국은 비료 가격 급등이 3~4월 파종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는 인도다. 인도는 천연가스 수입의 5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비료와 함께 발전 부문으로 충격이 확대되고 있다. 인도는 세계 2위의 비료 소비국이자 세계 3위 비료 생산국이다. 또 3~4월은 연간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6월 파종을 앞두고 비료를 구매하는 시기다. 태국도 비료 수입량의 27%를 걸프 지역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대두 수출 세계 1위, 옥수수 수출 세계 2위인 농업강국 브라질은 비료의 85%를 수입하고, 수입의 35%를 중동에서 조달한다. 멕시코 역시 비료의 75%를 수입에 의존한다.

 

보고서는 “천연가스와 비료 가격 상승이 전 세계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비료 부족이 수주 이상 지속될 경우 파종과 수확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농산물 생산 차질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 농산물 시장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각국은 수요 억제와 가격통제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전쟁 장기화 시 재정부담과 공급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내다봤다.

 

한국은 7월 말까지 사용 가능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당장 비료대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요소사용 비료는 4월까지 공급 가능한 완제품을 보유하고 있고, 현재 확보하고 있는 원자재로 추가 3개월분 생산이 가능하다. 7월 말까지 9만8000톤(t)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비료업체들은 지난달 수입선을 대체해 요소 원자재 4만9000t을 추가로 계약하기도 했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농식품부는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무기질비료 의존도를 낮추는 등 농업체질 개선을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가축분뇨 퇴액비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전국 158개 액체비료 유통전문조직을 활용해 액체비료 희망농가에 무상 지원하는 한편, 헥타르(ha)당 퇴액비 살포비 20만원을 유통전문조직에 지원하기로 했다. 성분 흡수시기를 늦춰 비료 살포 횟수를 줄일 수 있는 완효성비료 효과분석 실증을 추진하고, 전국 농가를 대상으로 구매비 지원사업을 도입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한국이 이러한 대응을 넘어 비료위기를 겪는 신흥국과 상호 보완적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적 기회라고 강조했다. 인도는 신재생에너지와 항만 연계형 생산기지 조성에 성장 잠재력이 있으며, 한국은 조선·해운·항만 물류 기술 부문에 강점이 있으므로 상호보완적인 협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의 원자재, 탈탄소 협력 파트너로서 인도와 연대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남미의 경우 한국의 원유 확보 다각화, 중남미의 정제 역량 강화, 중남미 내 친환경 비료 생산 등에서 협력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