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지키려다 사위 손에 숨진 엄마... ‘캐리어 시신’ 사건의 참혹한 내막

폭우에 드러난 범행... 딸도 보복 두려워 학대 방치
50대 장모를 살해하고 여행용 가방(캐리어)에 담아 대구 북구 신천 잠수교 인근에 버린 혐의(존속살해 등)를 받는 20대 사위(왼쪽)와 시체유기 등 범행에 가담한 20대 딸이 2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뉴스1

 

딸을 지키려 사위와 함께 살기 시작한 50대 여성이 수개월간 이어진 사위의 무차별 폭행 끝에 숨졌다. 피해자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큰 부상을 입고도 보복이 두려워 병원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보호 사각지대에서 변을 당했다.

 

◆ 좁은 원룸서 이어진 지옥 같은 폭행... 딸도 보복 두려워 침묵

 

5일 대구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존속살해 및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조모(27)씨는 올해 초부터 장모 A(54)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조씨는 지난 2월 대구 중구의 한 원룸으로 이사한 뒤 ‘이삿짐 정리가 늦다’, ‘시끄럽게 군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장모를 몰아세웠다.

 

함께 지내던 딸 최모(26)씨 역시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온 피해자였다. 최씨는 어머니가 폭행당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돌아올 보복이 두려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결국 A씨는 지난달 18일쯤 거주지에서 1시간 넘게 이어진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사망했다.

 

◆ 작은 캐리어에 시신 구겨 넣어... 비에 떠내려온 ‘2주의 비밀’

 

범행 직후 조씨의 행동은 잔혹했다. 그는 가로 40㎝·세로 50㎝ 크기의 작은 여행용 캐리어에 숨진 장모의 시신을 강제로 구겨 넣었다. 이후 부인 최씨와 함께 도보로 10~20분쯤 거리인 신천변으로 이동해 시신을 유기했다.

 

이들의 행각은 날씨 때문에 덜미가 잡혔다. 물속에 가라앉아 있던 캐리어가 지난달 30일 내린 폭우로 수위가 높아지자 하류로 떠내려왔다. 하천 바위에 걸린 캐리어를 발견한 시민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조씨 부부는 지난달 31일 오후 긴급체포됐다.

 

◆ 다발성 골절로 드러난 참혹한 사인... 전문가 “가정폭력 연쇄 고리 끊어야”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외력에 의한 다발성 손상사로 추정됐다. 시신 곳곳에서 갈비뼈와 골반 골절이 확인돼 사망 전 극심한 고통을 겪었음이 드러났다. 경찰은 현재 조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범행 은폐 시도 여부를 조사 중이며, 오는 8일쯤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범죄 전문가들은 “가해자가 피해자들을 심리적으로 고립시킨 상태에서는 내부 고발이 어렵다”며 “이웃이나 의료기관 등 외부에서 폭력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